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지금은 우리가 대중 조직 안에서 한 덩어리로 묶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며, 개별적인 인간 존재 즉 통계적인 인간이 아닌 진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를 우리 자신에게 물어여 할 때이다"(100).

 

 

200페이지를 넘지 않는 얇고 작은 책이지만, 소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프로이트의 것과 달리 융의 이론은 "뚜렷한 체계나 개념을 잡기가 힘들다"는 평가를 알지 못했다면 오랫 동안 자괴감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듯합니다.

 

융이 무엇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지는 분명해보입니다. 심리학 초기에 사회학과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융은 사회과학자(또는 경험과학자)들이 들으면 발끈할 만한 비판에 집중합니다. 경험과학 연구의 기본이 되는 통계적 가설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경험에 근거한 이론이면 어떤 것이든 반드시 통계적이다. 다시 말하면, '이상적인 평균'을 공식화한 이론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이상적인 평균'은 그 척도의 양쪽 끝에 있는 모든 예외들을 배제하고 그것들을 추상적인 평균으로 대체해 버린다. 그런데 이 추상적인 평균이 상당히 유효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문제이다. 현실 속에서는 그 평균이 반드시 있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21). 사실 통계학적 방법론과 모형들을 통해 사회현상에 대한 일반 법칙을 발견하고, 가급적 적은 수의 변수로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학자들도 경험과학의 한계와 모순을 모르지 않습니다. 융의 비판은 '개인을 다른 사람과 똑같은 하나의 단위로 이해해서는 안 되고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23)는 것을 강조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융이 집중하는 것은 '개인'이라는 하나의 단위입니다. "미국과 유럽에 공통적으로 있는 것은 물질적이고 집단적인 목표이며, 미국과 유럽에 공통적으로 없는 것은 온전한 인간을 표현하고 이해할 바로 그것, 즉 개별적인 인간 존재가 만물의 척도로서 세상의 중심에 선다는 사상이다"(72). 그는 "과학적 가설들의 영향 아래에서, 심리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인간과 모든 개별적인 사건들이 평균으로 다듬어지고 있으며 또한 현실의 그림이 관념상의 평균으로 왜곡되고" 있음을 직시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경고합니다. "우리는 통계적으로 세상을 그리는 관행이 심리에 미치는 효과를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통계적으로 세상을 그리는 관행은 개인을 익명의 단위로 바꿔놓고 있으며, 이 익명의 단위들이 모여 대중이 된다. 과학은 우리들에게 구체적인 개인 대신에 조직의 이름들을 제시하며, 그 정점에서 국가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정치적 현실의 원칙으로 제시한다"(29). 그것은 이러한 결과를 낳습니다. "자신의 본능적 본성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존재 대신에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을 앞세우는 것이다. 본능적인 본질로부터의 분리는 불가피하게 교양 있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의식과 무의식, 시대정신과 천성, 지식과 신앙 간의 충돌을 겪도록 만드는데, 그러다 그의 의식이 본능적인 측면을 더 이상 무시하거나 억누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순간 이 분열이 병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135).

 

융이 반대하는 것은 명확하게 보이는데, 융이 본격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이론"은 몇 번을 곱씹어야 겨우 감이 잡히는 듯합니다. 성경 지식이나 종교(교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칼 구스타브 융의 본격적인 심리학 이론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의 주장을 (격하게) 단순화시킨다면, 개인의 자기이해(자기지식)는 물론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상대적인 예외이자 하나의 비규칙적인 현상인 한 사람의 개인이 자기지식의 대상"이라는 것, 그것에의 강조입니다. 심리학의 거센 물결에 삼켜졌다고 할 만큼 심리학이 유행하고 있는 오늘 우리 시회의 모습을 보면 융은 무엇이라 말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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