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고전 : 동양문학편 -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세상의 모든 고전
반덕진 엮음 / 가람기획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천재들의 독서법으로 알려진 고전 읽기에 한참 열을 올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30권만 읽어도 논리가 달라지며, 100권 정도를 읽으면 천재로 거듭난다고 하니 '혹'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0권 정도 읽으면 천재형 두뇌가 된다는 말을 듣고 1권 정도는 안전하게 더 읽어줘야 한다는 계산에 목표를 101권을 목표로 했습니다. 우선 어떤 고전을 읽어야 할지 목록부터 만들어야 했습니다. 일목요연한 목차가 필요했는데, 생각만큼 쉽게 찾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추천 고전 목록', '꼭 읽어야 할 서양 고전, 동양 고전' 여러 가지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지만 101권 목록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았습니다. 기준도 제각각이고, 대부분 5권에서 10권 정도 추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101권이라는 대 목차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10권 정도를 추렸습니다. 그러나 부풀었던 꿈과 야심찼던 계획만큼이나 좌절은 빨리 찾아왔습니다. 의욕만큼 잘 읽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계속 읽어라, 소리내어 읽어라 등등의 조언을 들었지만 한 페이지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조 섞인 한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재가 되는 것이 그리 쉬었다면 천재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고 말입니다. 내게 고전 읽기는 그렇게 넘을 수 없는 산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제가 <세상의 모든 고전>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눈을 번쩍 뜬 것은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이라는 부제 때문입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목차가 여기에 있고, 또 '서울대'라고 하는 이름값이 그 목록에 대한 신뢰에 무게를 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1994년에 서울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동서고전 200선'이 <부록>으로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은 개정판이지만, 세월의 폭풍우 속에서도 여전히 그 가치를 잃지 않는 책을 우리는 '고전'이라고 부르니 이 목록이 '1994년' 발표된 것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에서 받은 첫 충격은 '문학서 100서'라는 분류 목차입니다. '문학서 100선'과 '사상서 100선'으로 나누어 정리되어 있는데, 스스로 꼭 읽어야 할 고전 목록을 만들면서 사상서만 생각했지 문학서는 염두에 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구운몽, 홍길동전, 춘향전, 무정, 임꺽정전, 삼대, 상록수, 감자와 같은 우리 소설은 부끄럽게도 서양 고전과 똑같은 무게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천재들의 독서법에서는 인문고전 읽기와 주로 철학에 관한 고전 읽기를 추천하고 있긴 하지만, 이 목록을 미리 알았다면 내 앞에 버티고 있는 고전이라는 태산이 좀 더 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고전> '동양문학편'에서는 '동서고전 200선' 중에 우리 문학을 중심으로 총 45편의 동양문학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받은 두 번째 충격은 "이런 고전들은 너무 유명하다 보니 읽지 않고서도 마치 읽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8)는 저자의 지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주홍글씨, 파우스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 아버지와 아들과 같은 서양의 작품들에는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다 읽었다는 표시를 해나갔는데, 정작 우리의 것에는 한 권도 자신있게 그을 수가 없었습니다. 홍길동전도 춘향전도 다 읽은 책이라고 자신있게 표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목이 너무 유명하고, 드라마로도 보았고, 줄거리를 대략 알고 있는 탓에 마치 '읽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교과서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것도 어느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지 '책'으로 한 번도 정독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고전>은 고전으로의 '초대'이며, 그 길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고전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 필요한 나침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 안내서는 말 그대로 고전을 대하는 독자들에게 해당 고전에 대한 전체적인 모습과 핵심적인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서, 고전의 숲에 들어선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고전을 완독할 수 있게 도와"(11)주는 역할을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안내서의 부정적인 측면도 잊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독자들이 고전 안내서만 읽고 원본을 읽지 않는 것은 아예 안내서조차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원본까지 충실히 읽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본서에 이름이 오른 책들이 선정되는 과정이나 선정된 이유를 보다 큰 문학사적 안목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비슷한 작품이지만 선정에서 탈락한 작품과의 비교라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한 작품, 한 작품에 대한 설명 방식이 마치 학교 국어수업을 연상시킵니다. 물론, 학교 수업보다는 훨씬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그 작품에 대한 흥미도 불러일으켜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은 목차가 가장 중요하고, 본격적으로 읽어야 할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리가 참 잘된 책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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