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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를 위한 심리상담
로버트 드 보드 지음, 고연수 옮김 / 교양인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당신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당신 외엔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질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 자신에 대한 판단을 멈출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울 수 없을까?'
그리고 아마도 모든 질문 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109)
<토드를 위한 심리 상담>은 '교류분석'이라는 상담학 이론을 접목한 심리 우화입니다.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라는 아주 유명한 고전 동화가 있나 봅니다. 저자는 이 고전 동화의 내용을 차용하여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이야기 그 후, 주인공 '토드'가 심리상담을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화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신데렐라'가 실제 주인공이 되어 왜 그녀가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아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책은 "심리학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영국 아마존 심리학 분야 15년 연속 베스터셀러"라는 기록이 보여주듯이, 매우 독창적인 방법으로 심리학 이론을 자신의 내면에 대입해보도록 쉽고 재미있게 쓰여졌습니다. 교류분석에 등장하는 "아이 자아(타고난 아이, 적응된 아이), 부모 자아(비판적인 부모, 양육적인 부모), 어른 자아, 심리게임, 인생 대본, 삶이 태도" 등의 개념도 탁월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교류분석의 용어와 번역상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어린이, 순응하는 어린이, 인생 각본 등) 그러나 교류분석을 전혀 모르는 독자가 읽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며, '책 읽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주인공 '토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져 무기력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권유로 상담가를 찾은 토드는 일주일에 한 번씩 10주 간 심리 상담을 받기로 합니다.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되기 전에 심리상담가 헤런(*20년 간 심리상담가로 활동한 저자의 화신으로 보입니다)은, 심리 상담이란 "상담자와 내담자 두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이루어지는" 공동 작업임을 분명히 합니다. 심리 치료를 원한다면 상담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인 것같지만,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가 변화하려고 결심하지 않는 한"(159) 아무도 우리를 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10주 간의 상담을 통해 토드는 자신이 미치 몰랐던 자신의 내면 세계를 탐험하며, 어린이 자아 상태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고, 처음으로 두려움에 맞서며, 그동안 스스로 불행을 선택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심판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그 마음이 조금씩 단단하고 자유로워집니다. 토드의 경우에서도 문제는 어릴 적 경험이었습니다. 심리학 이론은, 감정과 정서라는 내면의 심리 세계는 삶의 초기 경험들로 만들어진다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의 최초 몇 년은 아주 영향력이 강해서 그들 각자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초석이 됩니다. (...) 그때 형성된 인생에 대한 태도가 이후 우리의 행동과 행복에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는 거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159). 토드는 비판적이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토드의 내면에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따뜻하게 사랑받지 못해서 불행하고 외로웠던 토드는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주로 서러움과 우울함을 느꼈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부모에게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토드의 어린 시절의 경험은 "자신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위에 군림해서 자신을 다시 불쌍한 어린아이로 느끼게끔 하는 상황"으로 끌고 들어가는 심리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토드는 스스로의 잘못을 찾아내고 자책하며 자신을 혹독하고 심판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내면세계는 "나는 괜찮지 않다, 너는 괜찮다"는 인생 태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고 희생자가 되는 걸로 끝나는 게임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도 토드가 받은 가장 큰 충격과 깨달음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스스로 선택해왔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스스로 슬퍼하거나 비참해지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우리 마음에 들어와 어떤 '감정'을 느끼도록 장요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것은 당신이 결정합니다"(129).
<토드를 위한 심리 상담>을 읽으며 내가 받은 가장 큰 충격은 나 역시도 "무조건 날 사랑해줘"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토드와 같이 "나는 괜찮지 않다, 너는 괜찮다"는 인생 태도를 가진 사람이 하는 게임입니다. "남들이 자기를 더는 용서하지 않거나 거부하기 전에 얼마만큼 참아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일부러 일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남의 속을 긁어대"(173)는 게임입니다. 나의 내면이 무의식 중에 이런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나는 그때 그 사랑을 놓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이 치료와 회복의 시작이며, 나의 '어른 자아'가 깨어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하며, 헤런이 토드에게 첫 번째로 물었던 것은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시나요?(31)였습니다. 그러면서 헤런은 '감정 온도계'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우리가 기분을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를 갖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 온도계는 1도부터 10도까지 나눠져 있습니다. 1도는 아주 '끔찍한' 기분, 그러니까 자살 충동까지도 느끼는 기분을 나타내는 거고, 5도는 '나쁘지 않다', 가장 높은 10도는 '날아갈 것 같다'는 기분을 나타내는 겁니다"(32).
만일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감정 온도가 5도 미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