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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Joy : 365일 새 힘을 주는 한마디 ㅣ 데일리 Daily
내셔널 지오그래픽 엮음, 서영조 옮김 / 터치아트 / 2013년 1월
평점 :

2013년을 시작하며 빈 다이어리대신 매일 이 책을 한 장씩 마주하고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커질수록, 생의 활기로 충만한 하루를 보내겠다고 작정할수록 모든 계획이 멈춰지고 있습니다. 그 계획들 속에 무엇인가 놓치고 있다는 의심이 자꾸 들기 때문입니다. 계획으로 가득 찼던 옛 다이어리들은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찾고 싶은 것은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걸어가야 할 올바른 방향입니다.

<365일 새 힘을 주는 한마디>는 하루에 하나씩 영감을 주는 메시지를 내셔럴지오그래픽의 사진과 함께 묵상하도록 꾸며진 책입니다. 노자, 헬렌 켈러, 나폴레옹,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간디, 안네 프랑크, 스티브 잡스, 에리히 프롬, 원스턴 처칠, 칼 융 등 시대를 초월하고 분야를 초월하는 멘토들의 메시지가 아름답고 강렬한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365일 새 힘을 주는 한마디>는 매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1월의 주제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1월 1일의 메시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것이었습니다. "새해를 반갑게 맞이하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한 한 해를."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살아 있다면, 새해는 누구에게나 주어집니다. 그러나 모두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한 한 해"라는 이 단순한 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마법처럼, 아직 살아보지 않은 날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집니다.


이 책이 내게 특별했던 것은 명사들의 메시지 때문이 아닙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명성에 걸맞는 강렬한 사진들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 집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잡지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의 충격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탄성을 내지르는 것말고는 다른 표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사진이 주는 감동을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습니다. 사치처럼 보였지만, 그런 잡지를 구독하는 친구가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꽤 비싼 잡지였거든요.

아껴 읽은 탓에 아직 이 책에 실린 메시지를 다 읽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1월 31일이고, 나는 1월 31일의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는 낭패감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단 번에 그 뜻이 읽히지 않는 1월 31일의 메시지는 뒤늦은 깨달음을 말하는 듯합니다. "깊은 겨울을 맞이한 후에야 내 안에 떠나지 않는 여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은 어쩐지 지나 버린 젊음에 대한 그리움으로 읽힙니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길을 찾고 있습니다. 그 길은 앉아서 찾아지는 길이 아니라, 열심히 걸을 때 찾아진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현실이라는 벽 앞에 한 줌 용기마저 부끄러워질 때, 누군가 앞서 간 사람이 남겨준 이정표를 발견하는 일은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요. 이 책에 실린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렇게 읽힙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았고, 치열하게 고민했고, 전심으로 생을 마주했던 분들의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사진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신비로워서, 너무나 강렬해서 눈을 뗄 수 없는 사진을 보며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깨끗하고 시원한 생수 한 사발 들이키듯이 그렇게 하루하루 한 페이씩 넘겨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