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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새 다이어리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막막해보기도 처음입니다. 늘 나에게 목표를 '던져 주었던' 학교를 모두 졸업하고, 직장에서도 안정되고 나니, 갑자기 목표를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주어진 목표를 하나씩 넘어갈 때는 몰랐는데, 인생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수립해나가는 과정이 엄청난 무게로 다가옵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던 나의 일상을 흔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살다간 인생 끝나는 날 후회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깨달음이 내 안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참으로 독특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저자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은 "21세기 경영학계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는 하버디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입니다. 저자는 두 명의 공저자와 함께 하버드 졸업생들과 나누는 '인생경영학 특강'을 책으로 담아냈습니다. 종강일이 되면, 저자는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들을 인생에 접목시는 방법을 졸업생들과 논의합니다. 논의의 틀을 짜기 위해 칠판 맨 위에 그동안 연구했던 이론들을 적고, 이어 이론들 옆에 다음과 같은 간단한 세 가지 질문을 적는다고 합니다(16). 이 세 가지 질문은 저자의 대학원 동창들이 졸업 후에 겪는 인생의 변화를 고찰한 결과입니다.
1) 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공하고 행복할까?
2) 배우자, 자식, 친척, 친구들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행복의 원천이 될까?
3) 나는 성실한 삶을 살고, 감옥에 갈 일이 없을까?

"이 책에 담긴 가장 중요한 주장은, 경영 이론들이 가족, 결혼,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성공과 행복을 안겨주거나 아니면 반대로 실패와 불행을 야기하는 많은 요인들을 설명해준다는 것이다"(283).
이 책이 '독특한' 이유는, 행복한 인생을 주제로 한 통찰에 경영학 이론을 접목시켰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제대로 된 이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설명합니다. 저자가 인생에 접목시킨 이론들이 "삶을 관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날카롭게 가다듬어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18). 세상의 많은 행복론과 자기계발서들의 대부분은 지은이의 '지혜'(깨달음)에 기대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인생'이라는 불안정한 주제를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제1부 '사회생활 속에서 행복 찾기'는 우선순의의 논의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갑니다. 이러한 질문은 인생에서 가지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 찾아내려는 시도입니다. 저자가 여기에 접목시킨 이론은 '동기부여' 이론입니다. 잘못된 동기(위생요인)에 이끌리면 스스로 세운 목표를 성취했다 하더라도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경고입니다. "돈, 지위, 보상, 고용 안정 같은 위생 요인의 개선은 행복의 원인이라기보다는 행복의 부산물에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 중 하나는 물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고, 직업적 성공이라는 가시적이고 과시적인 요소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매진하는 것이다'(63).
저자는 이런 식으로 경영 이론을 접목하여, 자신의 인생(목표)를 점검해보도록 유도합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찾아내고, 그런 목적을 추진하는 도중에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와 위협이 생길 때는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자신의 자원(시간, 내능, 에너지 등)를 어떤 식으로 할당할 것인지를 점검하여 인생의 실제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습니다(우선순위, 계획과 기회의 균형, 자원 할당).
제2부 '관계 속에서 행복 찾기'는 왜 성공한 인생, 행복한 인생에 있어서 관계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지,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 가족 문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논의합니다. 제3부 '행복을 위한 중간평가'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된 결과물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사실, 인생의 우선순의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행복한 인생은 가시적 성공(직업적인)보다 관계의 성공(특히 가족)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의 교훈도 이러한 테두리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강점은 강력한 '설득력'입니다. 막연하게 아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분명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일입니다. "이론은 원인과 관계와 이유를 담은 진술"(15)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인생에 접목시킨 이론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것, 정말로 소중하다고 느끼는 그 목표에 부합하여 살고 있는지 평가해볼 수 있는 기준(이론)을 제공합니다. 사례와 이론이 가진 설명력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참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킵니다. 한때 잘 나갔던 기업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였기에 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는 순간, "나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를 위기감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이 던지는 결론을 단순화시키면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빛나는 책이고, 바로 그 '과정'이 참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흥미로운 경영 사례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