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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꼬치 일본관찰 ㅣ 지식의 비타민 1
지식활동가그룹21 지음 / 문화발전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알면 보인다!
싱가포르 여행 계획이 있는 아버지께서 책을 좀 추천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목적은 여행 전에 그 나라에 대해 "좀 알고 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법 책을 가지고 있다 자부했지만, 마땅한 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여행서적들은 대부분은 여행 '정보'를 담고 있거나 여행자의 감상을 담은 '에세이'들이었습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일본을 여행하기 전에 읽어두면 좋을 그런 책입니다. 지금 아버지에게 필요한 책이 바로 이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일본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지식의 비타민'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지식활동가그룹21'은 이것을 '잡학상식'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북경을 여행했는데 가이드가 문제를 하나 냈습니다. "중국의 성(자금성) 안에는 나무가 한 그루도 심겨져 있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인데, 무엇일까요?" 정답은 첫째, 화재를 예방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자객이 숨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셋째는 '괴로울 곤'(困)이라는 한자 때문이라고 합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을 보니, 중국과는 달리 일본의 성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고 합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인데, 특히 전쟁으로 혼란했던 일본의 전국 시대에는 성이 며칠씩 포위될 때도 많았답니다. 그래서 이러한 때를 대비해 비상식량으로 쓸 요량으로 성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놓은 것이라 합니다(68-69). 북경을 여행할 때, '가이드가 있는 여행이 이런 점에서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가이드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에는 잡다하지만,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중국음식인 짬뽕이 사실은 일본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짬뽕이 처음 등장한 곳은 일본의 나가사키라고 합니다. 그 무렵 나가사키에는 화교가 많았는데, 생활고에 굶주린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판 것이 '짬뽕'의 원조입니다. "짬뽕은 중국을 뜻하는 지니와 일본을 뜻하는 닛뽄을 합쳐 만들었다는 설과 '밥 먹었느냐'는 중국 푸젠성의 사투리인 '챠폰'이 짬뽕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31-32).
일본여행할 때 꼭 신경 써야 할 것 중 하나가 가정용 전압이 100볼트라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100볼트를 쓰는 나라는 일본과 북한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본이 전압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전압을 올리기 위한 인프라 정비에만 연간 800억 엔이 든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800억 엔이라면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 원에 가까운 거액이라고 합니다(85).
일본의 이색적인 풍경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자동차의 좌측통행이 아닐까 합니다. 운전자의 자리가 우리와 반대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에도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본 좌측통행의 역사가 흥미롭습니다. 자동차가 없었던 시대에 무사는 반드시 길의 좌측으로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칼을 왼쪽 허리에 꼽고 다녔기 때문에 그것을 재빨리 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무사의 칼집이 부딪히면 안 되기 때문에 짐차 등도 무사를 따라 좌측통행을 했습니다. 이러한 문화가 남아 1900년부터 정부는 사람도 자동차도 모두 좌측통행 하도록 결정했고, 자동차만이 좌측통행을 하게 된 것은 1950년부터라고 합니다(90).
일본 여행하면 온천, 쇼핑, 산사 등 다양한 테마가 떠오를 텐데요, 그중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후지산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많은 일본인들은 "후지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모습이 절경이기 때문입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후지산을 감상하고 싶다면 시즈오카의 '니혼다이라'가 아주 좋다고 조언합니다. 이곳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풍경은 '일본의 관광지 100선'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102-103).
이밖에도, 일본인들 중에는 순전히 각 역에서 파는 다양한 메뉴의 에끼벤(도시락)을 먹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많다는 것(34-35), 일본은 새로운 천황이 즉위하면 그 해를 원년으로 삼는 새로운 원호를 제정하는데, 이렇게 독자적인 원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뿐이라는 것(66-67), 현재 방영되는 텔레비전 시대극의 대부분이 도쿄만큼 도사회되지 않은 교토 촬용소에서 촬영 되고 있다는 것(82), 목욕이 우리는 몸을 씻는다는 개념이지만 일본은 휴식을 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130-132) 등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일본의 음식, 문화, 여행 '이야기'가 맛스러운 수다처럼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 여행을 미루고 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일본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을 통해 알게 된 것과 마주할 때마다 "아, 이거구나!" 하면서 혼자 신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