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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실행하는 법
사토 가시와 지음, 이근아 옮김 / 끌리는책 / 2012년 12월
평점 :
"내 역할을 어디까지나 '끌어내는 것'일 뿐, 주체는 의뢰인이다"(92).
<공감>의 저자 사토 가시와는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트디렉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유니클로 세계 전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담당했고, 그가 진행한 '아버지와 아들'을 주제로 한 맥주 TV 광고가 대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공감>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실행하는" 그만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는 그 노하우를 '공감'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합니다.
디자이너들과 직접 일해본 경험이 있으십니까? 저는 디자이너라고 하면 먼저 '황소고집'이라는 단어부터 떠오릅니다. 디자인에 대한 수정 요구 자체를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하고, 대부분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는 사람의 의견 따위는 무시하겠다는 태도를 가진 디자이너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디자인에 담긴 의도를 설명하고 설득시키려는 분들이 많았지, 작업 시작부터 완성까지 의뢰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해보려는 태도를 가진 분들은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감>은 개인적으로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저자가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먼저 상대방의 본심을 정확하게 끌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22)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의사가 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환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문진처럼", 프로젝트를 맡을 때는 먼저 문진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심을 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가설'과 '극단적인 발언'이라는 대화법을 소개합니다(24). "당신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군요." "이런 것을 목표로 하는군요." 이렇게 말로 확인하는 것이 '가설'입니다. 또 초점이 좀처럼 맞지 않을 때는 "이 프로젝트를 일단 중단해보면 어떨까요?"라는 극단적인 발언도 생각의 폭을 넓히는 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는 것은 의뢰인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상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 기업이 말하고자 하는 바, 즉 이 상품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나 가치, 본질, 그리고 기업의 경영 윤리나 철학이 무엇인가를 끌어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일명 그가 말하는 "끌어내기 기술"로 '지킨다'는 본질을 끌어내어 감싼다는 이미지에서 누에고치를 연상하여 어린이 휴대폰을 디자인하고, 단원들과 토론을 거듭한 후 '상반되는 요소가 만나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것을 콘셉트로 도쿄 도 교향악단의 로고를 디자인했던 과정을 들려줍니다.
<공감>은 지금 우리는 '설득'에서 '제안'을 거쳐 '공감'의 시대에 이르렀다고 단언합니다(81). 저자는 공감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상품에만 국한시키지 않습니다. 콘테츠뿐 아니라 '상황'을 디자인하고,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으로 확장시킵니다. "상황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그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 물건 등 모든 대상과 관계를 맺는 일"(87)이라고 설명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근무 환경에서 조직에 이르까지, "일의 순서나 평가 시스템, 조직의 구조 등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136)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상황'이나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한다는 개념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저자는 창의적 사고를 연마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걸로 괜찮을까" 하고 의문을 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5). 저자의 이 질문을 특별히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지금 처한 업무 환경이나 삶의 방식 등 전반에 걸쳐 적용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저자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제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유치원 자체가 거대한 장난감"이라는 콘셉트(120)의 도쿄 다치카와 시의 후지 유치원 리뉴얼 프로젝트입니다. "옥상에서 끝없이 술래잡기를 할 수 있는 독특한 도넛 모양의 건물"로 재탄생한 유치원의 모습에 '창의적인 사고'가 얼마나 위대한 힘인가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창의적인 사고력, 이것은 기술이나 경험이나 이론만 가지고는 도달할 수 없는 감동과 경이로움의 세계입니다.
<공감>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현장에서 익힌 실전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지만, 업무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독자라 할지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줍니다. 창의적인 생각은 마법과 같은 힘이 있어, 평범한 그 무엇을 전혀 특별하게 바꾸어 놓는 힘이 있습니다. 정말 훔치고 싶은 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