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없는 세상 단비어린이 그림책 1
프랑수아 데이비드 글, 올리비에 티에보 그림, 전미연 옮김 / 단비어린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특히 급식이 나오지 않는 방학 때는, 우리나라에도 아직 굶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실감을 하지 못하고 삽니다. 그것이 남의 일처럼만 느껴지는 것은 내가 굶지 않는 까닭이요, 직접 보지 못한 까닭이겠지만, 바로 옆에서 누군가 굶는다고 해도 알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무관심한 탓이라고 자백합니다. <배고픔 없는 세상>은 배부른 자의 그런 게으른 무관심을 흔들어 깨우는 책입니다.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이 책을 먼저 보아야 하고, 알아야 하고, 부끄러워 해야 하고, 고민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어른들일 것입니다. 배부르게 실컷 먹는 꿈을 꾸며 빈 배를 움켜쥔 아이의 슬픈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지쳐 잠이 들 때까지 냄비에 돌을 넣고 달구어야 하는 엄마의 슬픈 마음을 마주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화끈거리는 얼굴, 먹먹해져 오는 가슴조차 위선인 것 같아 힘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어 자명종이 울려요.

나는 눈을 떠요.

아이 한 명이 죽었어요.

나는 일어나 침대에 앉아요.

아이 한 명이 죽었어요.

나는 빵에 잼을 빌라 먹고 코코아차를 마셔요.

아이 한 명이 죽었어요.

나는 따뜻한 물을 아주 세게 틀고 씻어요.

아이 한 명이 죽었어요.

나는 유치원에 가려고 현관문을 밀고 나와요.

아이 한 명이 죽었어요.

나는 건널목을 뛰면서 건너요.

아이 한 명이 죽었어요.

나는 세계를 바라봐요.

유치원에 늦을까 봐 더 빨리 달여요.

아이 한 명이 죽었어요.

세계 곳곳에서 6초마다 아이 한 명이 굶이 죽어요.

 

이 비극 앞에,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지구는 식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생각할까요? "왜 지구는 충분한 식량을 가지고 있는데 굶어죽는 친구들이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든, 무엇이든, 대답하고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나요?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을 듯합니다. "작은 베풂이 작은 아이를 살아가게 해 줄 거예요"라는 한 줄 문장에 실천으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배고픔이라는 그 원초적인 고통을 마주하니, 늘 부족한 것 투성이었던 내 일상에 감사가 스며듭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고 나누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이 책을 헛 읽은 것일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고민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배고픔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고 싶습니다! 이런 꿈을 가지고 자라도록 우리 아이들을 교육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멋진 곳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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