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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ㅣ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하야시 고토미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북유럽 스타일의 10가지 손뜨개 기법, 손뜨개 고급과정에 도전해보세요!

(▲ 에스토니아의 독특한 '스파이럴')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을 타면 언제나 똑같은 풍경이 연출됩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습니다. 손에 종이책을 들고 있는 사람이 튀어보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철이면 지하철 안에 가끔 또다른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이동하는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있거나, 스마트폰으로 심심함을 달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열심히 뜨개질을 하는 분들이 보입니다. 빠른 손놀림이 신기하고, 열중하여 뜨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여 넋을 놓고 바라본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정말 생산적인 취미를 가지고 계시구나' 감탄하곤 합니다.
어릴 때 고모 옆에 붙어 앉아 머리띠를 떠보고, 목도리를 떠보고, 벙어리장갑을 떠보고, 전화기 받침같은 깔개를 떠본 것이 전부이지만, 학업에 쫓기고 사회생활에 쫓기느라 그런 기억은 까마득히 먼 옛일이 되어버렸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코바늘을 다시 잡아보고 싶은 소망이 숨어 있었습니다. 자율학습 시간에 책상 밑으로 털실을 숨겨두고 선생님 몰래 뜨개질을 했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가끔씩 제 마음을 간질이곤 합니다.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는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소품들의 '배색'입니다. 털실 제품인데도 어딘지 차가워 보이는 면이 있고, 그래서 더 멋스럽고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북유럽의 차갑고 투명한 공기가 색깔을 빚어낸 듯, 청량감이 가득한 배색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 노르웨이의 크라운)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는 저자가 직접 북유럽에서 배운 손뜨개 기법 10가지를 소개하며, 이를 응용한 소품의 도안을 제공합니다. 핀란드 스타일의 (1) 코르스네스 지방의 알록달록한 코바늘뜨기인 '코르스네스', (2) 스웨터 칼라나 재킷 소매에 달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퍼 테이프', 덴마크 스타일의 (3) 독가적인 색깔의 사각 모티브를 만드는 '도미노뜨기', (4) 스웨터에 달거나 신발 끈으로 만드는 '아이코드뜨기', 스웨덴 스타일의 (5) 겉에서 떴다가 안에서 떴다가 하는 '자작나무뜨기', 에스토니아 스타일의 (6) 체인스티치를 연상시키는 '키흐누 비츠', (7) 독특한 원통뜨기 기법의 '스파이럴', 노르웨이 스타일의 (8) 둘쭉날쭉한 모양이 재미있는 '크라운', (9) 2개의 바늘로 주머니 모양을 만드는 '주머니 뜨기', (10) 가터뜨기를 하면서 비즈를 넣는 '비즈 니팅'이 그 10가지입니다.
그런데 손뜨개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들에게는 과정이 다소 복잡하고 어려워 보입니다. 화려한 배색이 말해주듯이, 기본적으로 2가지 이상의 색을 섞어 떠야 합니다. 또 모양이 화려한 만큼, 단순한 기법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에 중간 중간 실수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어쩌다 코가 하나 빠진 것이 발견되면 미련 없이 털실을 풀어버리곤 했는데,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는 한 번 어긋나면 중간에 다시 시작하기도 어려워보입니다. 손뜨개에 숙련된 분들이 새로운 뜨개 기법을 배우는 고급과정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합니다.

수영 강습을 다니며 평영 동작을 배울 때, 동양사람들과 서양사람들이 정반대의 손동작을 한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손뜨개를 하며 실 거는 방법에도 프랑스 방식과 미국 방식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처음 배울 때 그렇게 배웠거나, 단순한 습관의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뜨개 기법에 따라 프랑스 방식이 유용할 때도 있고, 미국 방식이 유용할 때도 있으니 실 거는 방법도 연마해야 할 하나의 기술입니다.
초보가 시도하기에는 과정이 다소 복잡해 보이고 소개하는 도안도 몇 개 되지 않지만, 당장은 어렵더라도 꼭 익혀두고 싶은 고급 기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무료하고 심심한 시간,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 번씩 하고 나면 그렇게 보낸 시간이 또 후회되곤 합니다. 이마저도 강박일지 모르겠지만,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나만의 소품도 하나씩 만들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어릴 땐, 학교에서 흉내라도 낼 수 있을 정도로 뜨개질도 가르쳐주었는데 요즘 학교 수업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강한 취미 하나쯤 몸에 익히고 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