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사람들 -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
리처드 J. 데이비드슨 & 샤론 베글리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유전자는 총을 장전시키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것은 환경뿐이다"(166).

 

 

70억 명이 넘는 지구인을 6가지 카테고리 안에 분류해 넣는다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닐까 의심부터 든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6가지 정서 유형으로 인간의 차이, 행동방식 등을 어느 정도 설명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더 놀라운 발견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누군가에게 자신을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자연과학적 자기 이해는 인간을 분해하고 또 분해하는 과정 속에서 난도질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고, 사회과학적 자기 이해는 인간을 비주체적인 어떤 것으로 대상화하여 내가 나로부터 소외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자연과학에서 발견한 법칙처럼 인간이 인간을 설명하는 딱 떨어지는 법칙은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법칙화(또는 공식화) 하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는 듯하다. 그래서 학문은 더욱 발전을 하고, 그 과정 가운데 인간 이해에 대한 폭이 조금씩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과학이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예술이요,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님의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과학적 관점의 인간 이해이다. 신경과학계의 거장과 과학 전문기자가 집필한 책을 평할 만한 과학적 지식이 내겐 없으므로 감상 수준의 글밖에 쓸 수 없겠지만, "나 자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고 고백한다.

 

<너무 다른 사람들>은 인간의 행동방식과 심리 상태, 그리고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서'이고, 삶에서 일어나는 경험에 대한 개인마다의 일관된 반응양식이 바로 '정서 유형'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기분과 구분되며, 객관적인 실험을 통해 측정 가능하다. 이 정서 유형은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복탄력성(역경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회복되는가?), 관점(긍정적인 정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 사회적 직관(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를 감지하여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 자기 인식(자신의 정서를 반영하여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 맥락 민감성(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정서적 반응을 얼마나 능숙하게 조절하는가?), 주의 집중(의식의 초점을 얼마나 정확하고 명확하게 맞추는가?)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뇌와 정서의 연관성을 밝히는 실험에서 매우 재미있는 설명이 나온다. 19세기 프랑스의 해부학자인 뒤셴에 의하면, "진정으로 행복한 미소는 입과 근육이 아닌 눈 근육이 움직일 때 지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와 수다를 떨 때 상대방의 눈 근육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한다. 웃을 때 눈가 부분에 잔주름이 생긴다면 진짜 웃음을 웃고 있는 것이고, 눈가의 잔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 아니라 단지 예의상 짓는 미소일 뿐이란다(68). 눈 주변의 근육은 의지를 따르지 않는다(69). 이러한 실험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정서와 뇌의 활성화 간이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이다.

 

<너무 다른 사람들>에서 주목할 만한 설명 중 하나는 "우리의 정서적 혹은 심리적 운명이 유전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환경"에 따라", "우리의 세포에 있는 유전자에 도달해 그것을 끄거나 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아닐까 한다(166). 타고난 유전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이고,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많이 한 것이 문제라면 긍정적인 경험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하나의 치유책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뇌의 차이가 정서 유형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전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은 뇌에 우리가 의도하는 특별한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으로 명상을 제안하기도 한다.

 

어느 상담사가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이런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을 읽는 일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읽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내가 내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새롭게 얻은 과제가 있다면,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유형화된 정서 반응) 어떻게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심리학 계통의 책을 읽을 때마다 얻게 되는 하나의 결론은 우리 삶은 사실 마음먹은 대로, 믿음대로, 생각대로 되어진다는 것이다. 마음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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