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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 책을 읽고 리더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커졌습니다. 행복 리더십이 구현되는 세계의 사례를 통해 우리를 비춰보니, 우리 사회의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2012년은 전세계 주요국가들의 리더가 바뀌는 해입니다. 대선이 당장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우리나라도 이번 선거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큰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012년 대선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난 지금, 누구에게 나의 한 표를 던져주어야 하는지 대선 후보들만큼이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행복의 리더십>은 바로 이러한 때에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신년특집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내놓으며, "21세기 리더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10)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의 문을 열어줄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소통, 공감, 정의, 책임, 혁신"입니다. <행복의 리더십>은 이것이 리더가 아닌 팔로어, 선출될 대표가 아닌 유권자가 원하고 공감하는 리더십의 필수요소라고 말합니다.

"일반 국민이 1%의 그들보다 유리한 것은 99라는 숫자다"(147).
전 세계는 지금 마치 분노로 끓어넘치는 가마솥 같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1%의 탐욕이 세계를 공황에 빠뜨리고도 뻔뻔한 행태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의 탐욕은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동안 정치, 경제 리더들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시스템과 제도 안에서 합법적으로 용인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정의감이 붙타도 이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합법이기 때문"에 말입니다(144).
그러나 뻔한 말이지만, 뻔해서 힘이 되는 한 줄 문장이 있습니다.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과 경제의 시스템을 바꿔가는 것은 둘 다 중요하다. 물론 이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과정에 장애물이 많다는 이유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209). <행복의 리더십>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1인 리더'의 리더십을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99%의 팔로어 리더십, 집단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그러니 경제의 정의를 원한다면 정치 리더십을 바꾸고, 정치 리더십을 바꾸기 원한다면 나의 한 표를 신중하게 행사하라고 일러줍니다. "99%의 정의가 모이면 1%의 정의를 좌우한다. 거꾸로 개인의 정의가 쌓이지 않으면 사회의 정의도 없다"(219)는 따끔한 가르침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생존의 단계를 넘어서면 길은 둘로 나뉜다. 더 많은 소득을 취하는 길과 행복을 찾는 길이다"(319).
<행복의 리더십>은 말합니다. 지금 세상은, 화려한 정책보다 "나의 고민을 듣고 같이 노력해주는 리더"를 필요로 한다고. "소통, 공감, 정의, 책임, 혁신"이라는 다섯 가지 행복 키워드 중에, 행복의 시작은 "소통"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나 방글라데시의 경제혁명을 가능케 했던 소통(통신)의 위력을 보며, "소셜미디어에 기반을 둔 네크워킹의 힘이 첨단무기보다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단절의 시대가 가고 연결의 시대가 왔다"(59)고 외치는 데도, 여전히 "소통의 도구를 소통이 아닌 전달과 홍보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336)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행복의 리더십>을 읽고 대선 후보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사회적 연결을 추구하는 리더"는 누구인가, 변화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는 리더는 누구인가 하고 말입니다.
<행복의 리더십>은 우리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생존의 단계를 넘어서면, 즉 "오늘과 내일의 끼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면 선택의 순간이 찾아"(229)오는데, 지금 우리가 그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고 말입니다. 계속 곳간을 채우는 쪽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곳간을 더 채우지 않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인가.
1%의 탐욕에 들러붙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든든한 기반은 우매한 백성이고, 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힘 없는 백성의 연결이 아닐까싶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매한 백성을 이끌어줄 '하늘이 내린 리더'만 목빠지게 기다려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백성이 스스로 깨쳐 일어나지 않는 한 수치와 모욕의 억압의 역사(삶)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행복의 리더십>은 하늘이 내려준 진짜 힘은 힘 없는 백성들이 가진 작은 이야기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단지 남보다 더 배부른 인생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에 대한 보람을 찾고 옳음을 따라가려는 힘 없는 사람들 속에서 희망을 다시 찾아보고 싶습니다. "일반 국민이 1%의 그들보다 유리한 것은 99라는 숫자다"(147)라는 말을 우리 스스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