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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도, 죽어야 다시 사는 길
그렉 로리 지음, 김진선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예수님은 사람들을 안락한 신앙의 자리로 부르시는 게 아니었다. 절대적이고 완전한 헌신을 요구하셨다. '제자'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계셨다"(95).
모든 그리스도인이 제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교회에 다니는 것으로는 안전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제자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입니다. 자신 있게 대답하고 싶은데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도'에 관한 책이 많이 출판되고,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누구의 비판이 있기 전에, "본래적 의미가 제거된 십자가"(99)를 목에 걸고 추구해온 안락한 신앙의 자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의 영적 감각이 먼저 감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할 때라는 외침이 들려온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증거로 삼고 싶습니다.
공부를 할 때, 기초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특히 수학이나 영어처럼 하루아침에 정복할 수 없는 과목일수록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제자도, 죽어야 다시 사는 길>은 신앙생활의 기초(기본)를 다져주는 책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성경적 토양에 신앙의 뿌리를 단단하게 박아줍니다. '제자도'라는 특정한 길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신앙은 생활이고, 제자도의 길은 바로 그 생활 전반 속에 있음을 다시 깨닫게 해줍니다. 그래서 말씀생활, 기도생활, 교회생활, 전도까지 신앙생활의 기초부터 폭넓게 다루는 자상하고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제자도'는 예수님이 가신 길을 같이 걷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마태에게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실 때 사용된 '따르다'는 '같은 길을 걷다'라는 뜻의 헬라어에서 파생한 단어다"(54). 그런데 그 길을 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길은 안락한 길, 편안한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렉 로리 목사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내 제자가 되고 싶다면 자기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자신을 따르는 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하고자 형벌과 버림받음의 경멸스러운 상징을 선택하셨다. 십자가가 상징하는 건 한 가지다. 바로 죽음이다"(99).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예수님이 이끄시는 대로 "어디든지" 따른다는 뜻입니다(100). 그렉 로리 목사님은 매서운 충고를 하십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매일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라는 가르침은 오늘날 교회에까지 만연한 자기 사랑의 거대한 물결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101). 이 한마디가 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엎드렸던 모든 몸부림이 '자기 사랑'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깨달음이 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예수님은 죄에 지배 당하지 않고 새 삶을 살 능력을 우리에게 주시는데, "그 능력은 모방이 아니라 참여에서 온다"(299)고 말씀합니다. 처음 신앙을 가지고 예수를 따르겠다고 결심했을 때, 하나님께 내 삶을 드린다는 고백을 참 많이 했습니다. 물론 진심에서 우러나온 고백이었지만, 그때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몰랐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각오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내 인생을 이끌고가겠다는 의지를 내려놓고, 예수님께 전적으로 의탁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마음에 부딪혀 옵니다. 내가 쥐고 있는 내 인생의 방향키를 이제야 온전히 내려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