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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 소속감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사회 치유의 역사
티나 로젠버그 지음, 이종호 옮김, 이택광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바꾸고 싶어 하는 것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나' 곧 자신이고, 둘째는 '너' 곧 타인이며, 셋째는 환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실제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나'뿐이라고 심리학은 말한다. 타인을 바꾸고 싶다면 나를 바꿔야 한다고. 내가 변해야 타인도 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에서 '나'는 물론, '너'와 '환경'까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이 책은 사회적 변화와 사회적 치유책(social care)을 이야기하지만, 사회적 변화는 한 개인에서 시작된다는 측면에서 개인적 관점(개인적으로 적용 가능한)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논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빈곤, 에이즈, 폭력, 여성 차별과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치유할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또래압력"이라는 것이다. "또래압력"(peer pressure)이란 또래 집단의 사회적 압력을 말한다.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모은 책인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남아공의 '10대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사회적 병폐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대체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거나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한다. (...) 그러나 이런 전략은 틀림없이 실패하게 마련이다"(16). 어째서 그런가? 이것은 우리의 경우를 보더라도 쉽게 설명된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에 해롭고, 결국 폐암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인스턴트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또래압력은 정보를 제공하여 공포심을 자극하는 전략대신, "또래 집단의 존중을 얻도록 도와주어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17). 그들은 10대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으로 '러브라이프'라는 "10대들이 동참하고 싶어 하는 단체"를 만들어냈다. 러브라이프의 성공 요인은 이것이다. "젊은이들에게 무엇이 너희들을 바꿔 놓았냐고 물으면 '정보를 주셨잖아요'라고 말하는 경우는 없어요.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에 동질감을 느꼈어요. 나도 삶을 바꾼 내 친구처럼 될 수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긍정적 또래압력"을 강화하여 개인들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제안한다. 거창한 이야기지만, 단순화시켜보면 옛부터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가르쳤던 어른들의 지혜와 맞닿는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위한 전략으로 정보 제공이나 공포심을 자극하는 전략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공익광고를 만드는 분들에게도 귀가 번쩍 뜨일 이론이지만,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리더나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양육자들에게도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긍정적인 또래압력"이 가진 사회적 치유력에는 세부적인 전략과 실행적 측면에서 다시 많은 부분이 논의되어야겠지만, 흔히 말해 겁주기식 방식이 그리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는 것 하나만 분명히 알아도 큰 수확이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