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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 - 바닥난 인생길 위에서 다시 예수를 만나다 ㅣ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12년 7월
평점 :
이 책은 스스로 '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을 걸고 몇 년 정도 살아본 사람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그것도 건성으로 교회만 왔다갔다 하는 교인이 아니라, 예수를 진심으로 잘 믿어보겠다고 결심한 후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 본 독자라야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닉'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닉은 7년 전, 예수님의 초대를 받고 예수님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난 뒤 크리스천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7년이 지나고 고속도로 위에서 예수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는 그동안 자신을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던 문제를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위선적인 제 꼴을 견딜 수가 없어요.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힘들고요. 어떻게 해야 그분... 그러니까 당신께 다가갈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하나님을 사랑해요. 제 생각에 그렇단 말이죠. 그런데도 만사가 다 짐스러울 따름이에요"(45). 예배도 기도도 찬양도 성경공부도 모두 짐스럽기만 하고, 기쁨도 만족도 성장도 없는 신앙생활. 예수님을 만났다는 환희는 곧 사라지고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쩍쩍 갈라지는 메마른 심령을 끌어안고 닉은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신이 과연 존재할까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처음엔 나조차 어안이 벙벙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아,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구나. 그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구나. 그 하나님이 나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고난을 당하셨구나. 십자가의 은혜로 나의 모든 죄는 사하여지고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구나. 나는 이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구나' 하는 사실들이 거부할 수 없는 확신으로 내 마음에 가득 들어차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소속되어 그 사랑에 응답하는 생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더 친밀하게 예수님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으로 그분을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닉'처럼 모든 열정이 살아지고 열심을 내었던 그 모든 일이 짐스럽게 느껴지는 때가 온다는 것을 말입니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는 신앙생활에 지쳐가는 하나님의 자녀를 위한 책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꿀보다 단 포도송이여야 하고, 예배는 환희에 차 있으며, 우리의 기도는 풍성한 응답으로 활기를 띠어야 하고, 내면엔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이 넘쳐야 하는데, 왜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지쳐가는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는 먼저 우리가 예수님과 맺은 관계의 본질부터 이야기합니다. 신앙의 핵심이면서도 많은 성도가 오해하는 부분, 아니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시 닉을 찾아오신 예수님은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관계란 상대방과 무언가를 나눠갖는 걸 가리킵니다. 우리가 뭘 나눠가졌는지 아세요? 바로 나의 생명입니다. 날 믿는 순간, 내가 당신 마음 안에 살아 숨 쉬게 됩니다. 당신의 영과 하나가 됐다고 할까요? 영원토록 말이에요"(52-53). 예수님께 우리가 받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너무 놀라워 어쩌면 더 믿기지 않는 걸지도 모릅니다. 구원은 '오직' 예수님께 있다고 고백하면서도 우리는 오늘도 '공로주의'와 싸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좀 더 잘해야지만 하나님이 나를 더 사랑하실 거야. 내가 이런 잘못을 하면 하나님이 나를 책망하실 거야. 내가 계속 이렇게 살면 하나님이 나를 모른다고 하실지도 몰라" 하는 마음말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바로 예수님의 생명입니다. 예수님의 생명을 받은 우리는 "이미" 예수님과 하나입니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는 이 진리를 분명히 해줍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하지 않고,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고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는 "잠깐 하나가 됐다가 금방 분리되는 식의 관계가 아"(53)니라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이 짐스러워지고 지겨워지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무얼 해야 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깨닫게 해줍니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를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자기 노력"(109)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기쁨이 충만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닉의 아내 '매티'의 사례를 들어, 신앙생활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경말씀으로 주님과 교제하면서, 정확히 그분께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죠. '무얼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하나님 자체'에 집중했던 거예요.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행하셨는지에 시선을 고정시키면 무얼 해야 하는지는 자연스럽게 해결해주시죠"(162).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한다고 했습니다.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시리즈는 자유케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 멀리' 높은 차원에 계신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한가운데서 만나는 하나님(예수님). 그 생생한 만남 가운데 깨달아지는 놀라운 영적인 진리. 그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합니다.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나의 노력을 내려놓고, 예수님께 온전히 나를 맡기는 것, 이 놀라운 은혜 가운데로 다시 우리를 초청해줍니다. 연료통이 바닥난 자동차처럼, 아무런 활력도 없이 '억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예수님께 푹 빠지세요. 주님이 전부입니다. 어찌 살아야 하는지 세세히 알려주실 거예요. 늘 그러시거든요"(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