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 내 안의 불안 심리 인정하고 내려놓기
한스 모르쉬츠키 & 지그리트 자토어 지음, 김현정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다"(24).
남편이 퇴근할 시간만 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 땀이 나며, 두통이 생긴다는 분을 알고 있다. 술을 마시면 자주 폭군으로 돌변하는 남편이 원인이지만, 남편이 술을 먹지 않았을 때도, 또 유독 남편의 퇴근시간이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이다. 남편이 바뀌지 않는 한, 자신의 신체에 나타나는 이상 반응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녀를 더욱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을 읽으며, 가장 확실하게 깨닫게 된 사실은 남편은 바꾸지 못해도 그녀의 반응은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다.
놀랍게도, "미국 시민 네 명 중 한 명은 살면서 불안장애를 겪고, 독일 인구의 약 9퍼센트가 치료가 필요한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북독일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약 15퍼센트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38)고 한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세상은 점점 위험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심리학자들은 바이러스처럼 번저가는 병적인 불안에 대해 보고한다. 지구촌이 하나의 거대한 불안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에 따르면, 소모임에서 ("몇몇 사람이 분명히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고 느끼는 것, 일을 일찍 끝냈을 때 ("분명히 뭔가 잘못했을 거야. 모든 것을 다시 점검하게 될 거야.")라고 느끼는 것도 불안장애의 한 증상이다(24-25). 현실보다 '과장'된 생각, 다시 말해 특정한 상황을 '실제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병적인 불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그리고 치명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에 따르면, 우리의 과제는 정당한(적정 수준의) 불안 반응과 과잉 반응 사이에서 다시 균형을 찾는 것이다(22). 치료에 앞서 저자는 이러한 희망을 심어준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23). <두 려움의 열 가지 얼굴>은 먼저 건강한 불안과 병적인 불안을 구분하는 기준을 설명하고,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불안장애를 열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며, 불안을 극복하는 7단계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7단계 프로그램은 대면치료, 정신 훈련, 인지치료, 신체 훈련, 감정 훈련, 자기주장 훈련, 안티스트레스 훈련으로 나뉘는데, 크게 보면 '인지치료'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불안반응을 인식하고, 그것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니 말이다. 불안장애 치료는 한마디로 우리의 '생각'을 수정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황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상황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내는 생각이 두려운 것이다"(24).
저자가 제시하는 치료 과정 중에 '불안 일기' 쓰기가 있다. 불안 일기는 불안 극복 프로그램의 기초이다.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저자는 되도록 빨리 불안 일기를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불안 일기는 불안과 관련된 모든 행동 방식, 생각, 감정, 신체 반응을 기록하는 것이다. 저자는 "당신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매일 적어도 15분씩 생각하고, 당신이 현시점에서 집중하는 것을 기록하라"(167)고 조언한다. 이렇게 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과 유발 요인을 인식"(165)할 수 있다. 심리치료는 문제의 원인(유발 요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압박이 훨씬 줄어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불안은 그것을 피하거나 완전히 거부한다고 해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불안 그 자체를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불안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편이 의미가 있다"(19).
저자는 "적정량의 불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안이 너무 적으면 나태하고 태평하며 소극적으로 만들며, 불안이 너무 많으면 거북하고 억압적이며 마비 상태를 만든다. 반면 중간 정도의 불안은 최고의 능률을 자극하고 촉진한다. 따라서 중간 전도의 흥분은 최적의 능률을 보장한다"(30-31). 뿐만 아니라, 적정량의 불안은 주의력과 경계심, 지적 능력과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30). '불안'은 무조건 없애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니라, 적정량의 불안은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듯 '불안'과 마주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것이 더 이상 '두려운' 어떤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신 또는 심리 치료는 선뜻 치료자를 찾아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걱정되는' 수준의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불안 요소가 급증하는 사회에서 '불안을 잘 관리하는 능력'은 사회적인 관계나 성공은 물론 우리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는 사실이 새삼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당신이 항상 외부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제어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