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강해 - 오스왈드 챔버스의 오스왈드 챔버스 시리즈 21
오스왈드 챔버스 지음, 스데반 황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적인 성경 읽기!

 

성경 읽기에도 유행이 있는 듯하다. 사회학적 성경 읽기, 역사적 성경 읽기, 경영학적 성경 읽기, 심리학적 성경 읽기, 교육학적 성경 읽기 등등. 인간 이성이 발달하고, 학문이 발달하고, 학문 간 통섭이 일어나면서 성경도 새로운 시각, 새로운 각도에서 읽고 해석하려는 움직이 있다. 그런 성경 읽기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도 한다.

 

그러나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창세기 강해>를 읽으며,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것은 바로 '영적인 성경 읽기'이다. 새로운 것, 독특한 것, 심오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심성이 어느새 성경을 읽는 영적인 관점을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렸고, 그것을 등한히 여기게 만들어버렸구나 하는 자각이 생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창세기 강해>는 성경의 영적 주해라고 이름붙이고 싶다. 창세기 전체를 다루고 있지만 '아브라함의 생애'를 읽는 일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지금 이 세대 속에서 믿음의 길을 걷고자 하는 주의 백성들에게, 아브라함의 삶은 믿음의 선구자 역할"을 한다.

 

"믿음으로 걷는 삶", 새로울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주제이지만, 신앙생활에 있어서 이 주제만큼 근본적인 질문도 없을 것이다. 소위 '믿는 자'를 가장 괴롭히는 질문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나님을 섬기고(예배하고),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자연의 세계에 살지만 우리는 은혜(믿음)의 세계에 속한 자이기 때문이다.

 

창조와 타락,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이라는 큰 주제로 이끌어지는 <창세기 강해>를 읽으며, 나에게 가장 큰 도전과 깨달음, 그리고 고민을 던져준 주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비전과 현실 연결하기'라고 정리하고 싶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에게 비전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의 삶 속에 나타내는 것'이라 이해된다. 그리고 이때 믿는 자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은 이것이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말씀을 하신 하나님께 집중하기보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광적으로 집중하는 위험이 있다"(53).

 

창세기를 통해, 그리고 아브라함의 생애를 통해 우리가 분명히 깨달아야 할 진리 한 가지는 이것이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자 인간적으로 열광하는 자들마다 언제나 비참한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이 영적 진리를 설명하기 위해 예수님의 생애를 모범으로 제시한다. "우리 주 예수님의 삶 가운데 놀라운 것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하라고 하신 일 외에는 뭔가 더 아버지의 뜻을 이루겠노라고 먼저 앞서지 않았다는 점이다"(89). 이 세상의 주세주였으며 모든 것이 주님께 달려 있었는데 주님은 30년을 평범하게 사셨음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앞서가지 않으셨다. "우리 주님의 삶은 '하나님의 뜻'을 보이는 것이었지 그 뜻을 '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비전을 품은 자에게는 열정이 생기고, 열심으로 응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우리는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경고를 들어야 한다. "유혹은 이기적인 욕망으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려는 정열적인 욕구로부터 온다"(139). 하나님의 비전을 보게 되면, 우리는 열광적으로 일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되는데, 이때 우리는 하나님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다리라. 만일 당신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린다면 주님께서는 주께서 친히 주신 비전이 이루어지는 자리로 당신을 인도하실 것이다"(137).

 

 

"당신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가?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아무것도 차지 말라. 바보스러울 정도로 하나님을 신뢰하라"(145).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죄인이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열심을 품은 자들이 문제였던 것처럼,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교훈은 주를 위해 열심을 내려는 자들에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채찍처럼 내리치는 매서움이 있다. 그 매서움은 우리가 내는 열심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무거운 짐처럼 마음을 내리누르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 가르침이 깊이 내 영혼을 파고들면 정말이지 처절하리만치 깨지고 깨뜨려지는 그 절망 속에서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평안와 참된 자유가 빛처럼 우리의 모든 것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믿음은 오직 살아 있는 순종을 통하여 조용히 역사한다." "믿음의 자세는 우리가 순종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 관계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일은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말씀을 붙는 것은 우리의 믿음이 아니다. 오히려 말씀 안에 있는 생명이 우리를 붙든다"(17).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우리는 현실적으로 완벽한 삶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적인 삶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철저하게 현실적인 삶'은 어느 새 우리에게 은혜의 삶과 반대말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하시는 하나님을 현실 속에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하나님은 현실이 아니라 실제이시다." '현실'이라는 명분으로 자꾸만 말씀과 타협하려고 하는 나에게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말씀한다. 믿음으로 걷는 삶, 그것은 어떤 타협도 허락하지 않는 철저한 순종의 삶이며, 그것이 우리가 싸워야 할 믿음의 싸움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경쟁 시스템에 의해 문명을 이루어간다. 우리의 머릿속에 경쟁과 투쟁은 문명의 삶을 계속 이루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 속에 있는 자들에게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거칠고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지키려 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임에 틀림없다. 누가 그 어리석은 자인가? 하늘로부터 거듭나 감히 하나님의 교훈대로 살아가는 자이다"(36).

 

<창세기 강해>는 쉽지 않다. 철학이 아니지만 어떤 철학책보다 날카로우며, 현대적이지 않지만 어떤 가르침보다 실제적이고, 유행을 따르지는 않지만 진리는 영원하다는 명제를 증명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