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 현혹시키는 세상, 착각하는 대중
엘든 테일러 지음, 이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신경과학의 최근 실험들은 우리의 행동이 행성의 궤도와 마찬가지로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11).

 

 

만일 듣고 보도 못한 사람들에게 내 생각이 지금 지배당하며, 그들이 원하는 어떤 틀에 내 마음이 맞춰지고,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나의 취향이 만들어지며 내 생각까지 암시받는다면? 이 책은 흥미롭지만 쉬운 책이 아니다. 어릴 때 우리는 "눈 감으면 코 베어먹을 세상"이라고 배웠는데, 잠재의식의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보니, 지금 세상은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먹는 세상"이며, "눈을 뜨고 있어도 누가 나의 코를 베어가는 것도 모르며 사는 세상"임을 폭노한다. 잠재의식의 메커니즘을 알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제는 이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이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만을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필요치 않거니와 해롭기까지 한 물건을 팔려고 한다. 또한 우리가 증오나 분노, 공포와 같은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16). 그러니 눈을 똑바로 뜨고 살지 않으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지 않으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조종들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다. 아니 대분의 사람들이 이미 그들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잠재의식 효과란, 인간이 의식할 수 있는 수준 이하의 자극들이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런 잠재의식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대중의 마음을 조종하고 지배하려는 세력이 정말 실제할까?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는 충분한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인간은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의식'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원초적인 충동과 소망들로 가득한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하인"(37)이라고 주장했다. 무의식의 발견 이후, 무의식의 존재를 광고에 최초로 활용한 사람은 '버네이스'라고 한다. "버네이스는 말 그대로 선전에 노출된 사람이 그것이 선전인지조차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은밀한 선전술의 창시자였다"(43). 그는 마음속의 무의식을 광고에 활용하는 접근법을 계발했다. '동의 조작하기'라고 부르는 방식을 통해 그가 얼마나 교활(?)하게 대중의 심리를 조종했는지를 알면 구토를 느낄 정도로 역겨울지 모른다. 간접 홍보 효과를 이용해 커피와 토스트 일색이던 당시 미국인들의 아침 식사를 모조리 베이컨과 달걀로 바꾸었으며, 페미니즘 담론을 이용해 담배 산업을 성장시키기도 한 그는 자신의 입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거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독재자 또는 상대적 소수 집단의 지배를 받는다. 마찬가지 원리로 민주주의는 대중을 통제하고 조종하는 법을 아는 소수 엘리트에 의해 운영된다"(45). 폭로된 버네이스의 술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이처럼 버네이스가 대중을 그토록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버린 마음의 순종 원리와 방어기제는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에 따르면, 그것은 크게 '순종의 원리'와 '방어기제' 때문인데 이중 '순종의 원리'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번 순종한 사람은 또다시 순종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와 같이 작은 약속이 더 큰 약속을 불러온다"(59)는 순종의 원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위 포스터는 잠재의식을 이용한 조종 기술을 가르치는 예술학교(광고학교)가 밝힌 '일급비밀 조종 기술'의 한 예이다. 이 책은 이 포스터를 실례로 정서적인 자극을 유발하는 광고의 힘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 면밀히 분석하며, 주류 광고가 어떻게 대중들에게 성적 환상을 심어주는지 밝힌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마음의 작용을 이용해 타인을 조종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집단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교묘하고도 은밀한 조정 방식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2부에서는 이러한 배경 아래 "21세기의 일상생활을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는 비결이 담겨 있다." <무엇이 우리를 지배하는가>는 잠재소통의 부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도 이야기한다. 분위기가 급 전환되는 2부에서 나는 다소 당황했지만, 저자의 의도는 잠재소통의 부정적인 측면을 폭로하는 1부보다 그것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2부를 목적으로 이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는 결국 "마음의 능력"을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마음은 인생을 "마음대로" 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내면의 지니'라고 일컫는다. 문제는 그 마음의 능력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거나 길들여질 것이라는 경고이다. 지금 세상에서는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는 '계획적인' 조정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가 우리 마음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심는 일은 매우 쉽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을 원하지 않는 생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릇되고 원하지 원하지 않는 생각이 우리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부정적인 감정을 중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소극적인 측면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자극물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자극을 차단하는 것'뿐이라는 이야기이다. 아마  이 책을 읽는다면, 자극의 한계치와 가치의 방향을 결정지으려 하는 TV부터 당장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 마음을 스스로 지배하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첫 단계는 용서와 내려놓음을 배우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의 힘에 접근하게 하는 방식으로 채식, 명상, 최면 같은 자기암시, 시각화(파워 이미징), 무의식적인 글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어떤 것들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거부감이 드는 방식도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의 힘이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신비한 영역이고, 엄청난 파워임엔 틀림 없다. 왜 성경이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고 말씀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생명의 근원이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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