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그의 혀끝에서 시작됐다 - 심리학자와 언어전문가가 알기 쉽게 풀어낸 말의 심리
박소진 지음 / 학지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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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낚였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과 기대를 완전히 빗나간 책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와 언어전문가가 알기 쉽게 풀어낸 말의 심리"라고 했는데, 말과 관련된 심리라기보다 일반 심리로 읽힌다. '말과 관련된 심리'가 아니라, '말'을 매개로 일반적인 심리학 이론을 풀어놓은 책이라고 하고 싶다. '말' 자체의 심리에 집중하지 않고 말에 담긴 일반적인(광범위한) 심리를 두루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학 서적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유익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특별히 '말'에 담긴 심리, 말을 통한 상호작용 속의 역동을 분석한 전문서적을 기대했다면 (더구나 심리학적 기초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독자라면) 실망할 것이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이렇게 심리학을 배우면, 자칫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제시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심리는 이렇다"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히면 그 말에는 의레 이런 심리가 담겨 있다라고 해석해버리는 버릇이 생겨나기도 하니 말이다.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상황(사례)과 말에 담긴 심리가 풀어지는 과정을 읽어가는 작업은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 중에 하나는 '수동공격성'이다. "무조건 'YES'라는 말에 속지 말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굉장히 유순하고 부드러우며 내성적이고 얌전한 성격인데, 절대 부정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성격의 여자(영애)가 있다. 타인의 부탁 외에도 자신의 과제나 일에 대해서도 최대한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완성을 하거나 혹은 완성하지 못하기도 한단다. 다른 팀의 팀원 중에 이런 성격의 타입이 있어서 그 팀장의 1년 동안 무척 고생을 하며 함께 일하는 어려움을 여러번 토로한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니, "영애처럼 본인이 내키지 않는 일에 대해 솔직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수동적으로 그 일을 완성하지 못함으로써 타인을 공격하는 것을 '수동공격성'이라고 한다"(76)다. 우리는 단순히 그 팀원이 무책임하고 게으르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행동 이면에 공격적 성향이 숨어 있었다고 하니 놀랍니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은 대체로 저항 때문에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낸다"(77)고 하는데, 그 팀원도 그런 이유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사직을 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겠지만) 그 팀원의 말과 행동 속에 이런 심리가 숨겨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의사소통에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그저 답답함으로 관계가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말보다는 비언적 의사소통에 담긴 의미가 훨씬 크다고 하지만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도구는 '말'이기 때문에 <비극은 그의 혀끝에서 시작됐다>는 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랐지만, 말에 담긴 심리를 알아가는 작업은 언제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듯한 재미가 있다. 무심코 뱉은 말에 나도 모르게 담겨 있는 나의 심리를 알아가는 작업도 의미가 있고, 누군가 무심코 뱉은 말에 무조건 좌지우지 되지 않고, 그 말의 의미를 한 번 걸러낼 수 있는 '방패' 또는 '거름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알아두면 힘(치유)이 되는 지식이라고 하고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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