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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 일 없는 인생 입문 -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
가스가 다케히코 지음, 요시노 사쿠미 그림, 황선희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나를 괴롭히는 감정의 실체!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나는 어떻게 처음 인생을 배우기 시작했을까. 과연 몇 살 때부터 인생을 알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인생 참 별 것 없다고 깨닫게 되었을까.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생각해본다. '별볼일 없는'이라는 책 제목의 글귀는 어디에 걸리는 것일까. 별볼일 없는 '인생'이라는 것인지, 별볼일 없는 '인생 입문'이라는 것인지. '잉여청춘'을 위한 심리 테라피라는 부제를 보니 '별볼일 없는 인생'이 맞는가 보다. 그런데 (순전히 주관적인 평이지만)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별볼일 없는' 인생 입문 책이라고 생각할 듯하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이건 뭐지?'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꺼림칙한 허무감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꺼림칙한 느낌 이면에는 '독특함'이라는 생소한 맛이 숨어 있기도 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꺼림칙한 느낌을 뒤집으면 그것은 독특함과 맞닿아 있다. 시시한 느낌과 재밌는 느낌이 공존하는 이 책, 이런 느낌 처음이다.
<별볼일 없는 인생 입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책이다. 심리 테라피라고 하기에는 에세이적이고, 딱 꼬집에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싱거운 듯한 이야기 속에 둔중한 교훈이 숨어 있다. 악동들의 재미난 놀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목차는, '세 글자'로 이루어진 부정적인 사고를 모은 것이다. "절망감, 상실감, 혐오감, 허무감, 고독감, 초조감, 무력감, 과대감, 죄책감, 불안감, 피해감, 공허감, 위화감"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사고의 정체를 추적해들어간다. 글을 쓴 이는 산부인과 의사를 거쳐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의학적(심리학)적 이론 체계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그 부정적인 사고의 실체를 그려낸다.
저자가 그려내는 세 글자로 이루어진 부정적인 사고 중에 '상실감'과 '죄책감' 부분이 마음에 남는다. 저자는 상실감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인생에서 결정적으로 소중한 것을 잃고 이제 되돌릴 수 없어 망연한 경우다. 또 하나는 괴장히 사소한 일로 감성적인 기분에 젖는 것이다"(48).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물을 흘리거나 상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자신이 아끼던 레코드를 대량으로 팔아치운 후 깊은 상실감에 휩싸였다는 저자의 고백이다. 자신의 잘못된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 잃은 것 하나 없이도 마음에 알 수 없는 상실의 씨가 뿌려졌다는 고백도 와닿았다. 살수록, 우리를 괴롭히는 많은 감정이 사실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나를 괴롭히는 '상실감'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객관해보며, 다시금 질문을 던져본다. 왜 우리는 정작 깊은 상실감을 느껴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면서 엉뚱한 상실감에 사로잡혀 사는 것일까.
또하나 '죄책감'에 대한 저자의 고백. 저자는 상당한 미인 어머니를 둔 외아들로서, 어머니의 아들에 걸맞지 않는 외모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응어리가 상당히 깊어, '어머니의 자랑거리인 잘생긴 아들'과 거리가 먼 데 대한 죄책감은 지금도 여전한단다. 참고로 저자는 1951년생이다. 저자는 이러한 죄책감을 "가슴 깊이 새겨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저자와 비슷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친구를 알고 있다. 그 친구가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을 괴롭히는 죄책감의 실체를 객관해보고, 그것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감정은 사고를 지배한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부정적인 사고를 만들어내고, 부정적인 사고는 우리의 마음밭을 가시밭으로 만들어놓는다. 느끼면 느껴지는 대로 살 수도 있겠지만, 배움을 통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 '감정'에 고스란히 당하지 않아도 된다. <별볼일 없는 인생 입문>은 인생의 쓴 맛을 음미해는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몇 살 때부터 인생에 입문하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의 쓴 맛을 알 때 비로소 인생을 알아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한 번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뭔가 시시해보이지만(인생이 원래 시시하지 않은가), 묘한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