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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감은 인간 - 상대의 양면성을 꿰뚫어 보는 힘
리사 맥클라우드 지음, 조연수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이분법적 사고를 타파하라!
2011년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이 시대 리더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비즈니스 북 5권'에 포함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은 갔지만,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밌다! 생각보다 몰입해서 읽었고, 팀원들과 식사를 할 때마다 이 책 이야기를 했다.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을 들려주려고 말이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반쪽짜리 성공'만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원하는 것만을 얻어내는 성공'은 결과적으로 승리가 아니라, 실패임을 가르쳐준다. 저자는 "A를 위해 B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과 인식"을 경계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의 삶과 일을 절름발이 관계로 이끈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 제시하는 대안은 이것이다. A와 B를 동시에 바라봄으로써 더 큰 C를 창출하는 관계를 모색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진실의 삼각형'(the triangle of truth)이라고 부른다(35).
'진실의 삼각형'(the triangle of truth)은 직선의 양 끝에 서 있는 상대와 당신이 서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하나의 지점을 바라보는 것, 즉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상대와 내가 함께 바라보는 그 꼭지점이 바로 나와 상대의 '비전'이며, 협상이나 협의를 통해서 서로의 의견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실과 상대의 진실이 만나 '더 높은 수준의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자'가 곧 탁월한 리더이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은 나만 옳다는 생각,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 나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믿는 우리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바로 내가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구나 하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렇게 '한쪽 눈을 감은' 우리의 상태를 인지하고, '상대의 양면성을 꿰뚫어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특별히 이 과정에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를 경계한다. 흔히 낙관주의는 좋은 것, 비관주의는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아래 나도 가급적이면 낙관주의자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대책 없는 낙관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설명이 재밌어서 몇 가지만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비관주의자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낙관주의자들에게 지치기 시작한다. 동시에 낙관주이자들도 비관주의자들을 '모든 사람의 진을 빼놓는 투덜이 스머프 집단'이라고 비난하며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낙관주의자들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을 예방하고, 비관주의자들이 모든 음식에 초를 치고 다니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68). 저자는 진실의 삼각형을 활용하기에 앞서 희망과 낙관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면 현실을 외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진실의 삼격형을 통해 A를 위해 B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통합하여 C라는 '더 높은 수준의 해결책'을 이끌어내려면 끔찍한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묶어내는 데 성공해야 한다. 우리(리더)가 직면하는 이중성은 '현실'과 '희망'이다. 현실과 희망을 결합한다는 것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낙관 아니면 비관으로 갈라지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짜증나는 사람들을 상대할 때" 우리는 쉽게 이분법적 사고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분법적 사고에 더욱 쉽게 빠져버린다.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는 것은 곧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내 의견과 상대의 의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의 인간관계를 제자리걸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자꾸 잡고 늘어지는 것은,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두 논점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상대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다"(226).
우리(리더)의 눈은 나의 의견이나 너의 의견이 아니라, 눈을 들어 삼각형의 정상을 향해 있어야 한다. 성공이란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화합해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성공을 바라보는 더 큰 관점,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꿔놓는 힘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삼격형의 양 끝과 가장 높은 꼭짓점을 모두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일상과 미래상을 하나로 통합할 줄 아는 사람, 그가 바로 (탁월한) 리더!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실의 삼각형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승부를 뒤집는 두 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하나는 두려움에 앞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되면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동화되기 어려운 이중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법칙은 '그리고'의 법칙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단점이 있고,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는 장점이 있다는 인식! 현실 '그리고' 궁극적 희망의 확고한 결합!", 이것이 바로 '그리고'의 법칙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는 '그러므로'라는 덫(함정)에 걸려 있다. 우리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우리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우선하려고 할 때 '그러므로'라는 덫에 빠지고 만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녀는 항상 사소한 일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므로 그녀는 큰 그림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교훈은, 또한 리더는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깨우치는 데도 탁월해야 하는데, 이때 효과적인 방법이 '훌륭한 질문'과 '소소한 이야기'라고 한다. "훌륭한 질문은 우리의 사고력에 호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는 우리의 감정에 호소한다. 하나는 두뇌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과 관련된 것이다. 질문은, 더 큰 진실을 스스로 찾아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 진실을 오해 기억하다록 하는 것은 소소한 이야기들이다"(238).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은 수학적인 공식이나 과학적인 체계를 자랑하는 '화려한 이론'은 아니다. 체계적인 경영이론을 기대했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쪽 눈을 감은 인간> 안에는 놀랍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가 있다. 흔한 이야기지만 깊이 공감하게 되는 상황이 있고, 감춰진 이면을 꿰뚫어보는 (내 마음을 읽어내는) 예리한 눈이 있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 보여주는 통찰력은 일(사업)적인 관계 뿐만 아니라, 관계와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풀어주는 만능 열쇠로 작용할 듯하다. 한 번 더 읽으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