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0배 즐기기 : 부암동.북촌.인사동.신사동.한남동.이태원 외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권현지.윤혜진.장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서울 여행의 달인을 꿈꾸며!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빠져 나가듯 내가 가진 인생이라는 작은 상자 안에서 시간이라는 모래알이 쉴새 없이 빠져 나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이란, 인생이란 어찌하여 갈수록 더욱 갈증이 나는가. 삶이라는 여행이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라는 시간이 더욱 애절하고, 초조하게만 느껴진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의미들도 이 날들을 충만하게 채우고 싶은데 마음만 조급할 뿐 언제나 익숙한 공간 안에 갇혀 오늘도 나는 무의미한 시간들을 보낸다.

 

수첩에 빼곡히 적어둔 도시들의 이름을 지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모니터 옆에 가득 붙여 두었던 포스트 잍들을 모두 떼어내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해외 여행 대신, 절대 핑계댈 수 없는 서울여행부터 시작이다! 2012년도 서울 여행의 달인으로 거듭나 보자! 어디라도 '호기심'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곧 여행지가 아니겠는가!

 

 

 

 

 

 

서울 여행을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웰빙의 바람을 타고 '걷기 여행'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서울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테마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서울 100배 즐기기>는 모든 여행 테마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겠다. 서울의 베스트 볼거리, 먹을거리, 드라이브 코스, 야경, 궁궐여행, 문화재&역사공원, 박물관&미술관, 쇼핑, 건축물, 캠퍼스 투어, 외국인 거리, 나이트라이프, 걷기 좋은 길, 한강(공원은 물론 다이내믹한 수상 스포츠까지), 프로포즈 명소, 축제까지 모든 서울 여행 정보가 이 한 권에 담겼다.

 

가장 나의 눈길을 끌었던 테마는 여행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서울 여행 '1일 코스'이다. 가족 여행 1일 코스, 익사이팅 데이트 1일 코스, 쇼핑 투어 1일 코스, 궁궐 나들이 1일 코스, 자전거 투어 1일 코스, 캠핑 여행 1박2일 코스, 호텔 투어 1일 코스, 외국인을 위한 1일 코스 등! 이중에서도 가장 색다르게 다가온 1일 코스는 바로 '캠핑 여행 1박2일 코스'이다. 서울에서도 캠핑 여행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장소는 한강공원 난지지구 난지캠핑장! 텐트를 치고 주변 공원(난지습지공원, 노을공원, 하늘공원)을 걷거나 운동을 하며(야구장과 잔디밭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강변을 바라보며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아침이면 강바람을 만끽하며 한강변을 달리는 맛이 있다.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은 낙조를 감상하기에 여기보다 더 좋은 뷰 포인트는 없다고 한다!

 

 

 

 

 

 

'100배 즐기기' 시리즈의 최고 강점은 정보력! 언제나 따끈한 최신 정보로 무장하고 초보 여행자를 위한 섬세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서울 100배 즐기기>에서도 해외 여행과 마찬가지로 섬세한 가이드가 돋보인다. 서울시내 교통 이용법, 서울시티투어버스 즐기기, 알뜰 여행 정보를 통해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노하우까지 챙겨준다. 서울시티두어버스 승차권 하나로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무료입장은 물론, 전쟁기념관 입장료 30% 할인 등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쿠폰까지 제공된다는 깨알같은 알뜰 여행 정보를 챙겨두었다.

 

'100배 즐기기' 시리즈의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지역별 가이드'이다. 서울 지역별 가이드에서는 골목마다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부암동, 서울성곽 걷기 여행 출발지 성북동, 양반들의 문화와 멋을 간직한 골목 북촌&삼청동,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거리 인사동, 젊음을 만끽하는 문화특구 홍대 부변, 시민들의 문화 휴식 공간 여의도, 재래시장과 첨단 쇼핑몰, 철재 상가와 예술촌이 공존하는 영등포, 대한민국 문화와 예술 1번지 명동&남대문, 패션 피플들의 24시간 놀이터 동대문&청계천, 첨단 유행이 시작되고 완성되는 청담동&신사동, 서울 속 외국을 느낄 수 있는 이색공간 한남동&이태원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별로 여행 코스, 가는 방법, 여행 방법, 볼거리, 먹을거지, 쇼핑 목록 등을 챙겨주는데, 꼼꼼한 정보가 마치 낯선 도시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듯한 설레임을 준다.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나는 북촌&삼청동을 꼽았다. 북촌한옥마을을 비롯한 북촌 8경도 둘러보고, 한상수자수박물관, 가회민화박물관, 동림매듭박물관, 서울교육박물관 등 이색적인 박물관 관람까지 풍성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듯하다. 친구들과 영화관이나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지 말고 "활동적인 만남을 가져보자"고 제안해야겠다. 어릴 때, 낯선 동네로 탐험을 떠나듯 말이다.

 

 

 

 

 

설문 조사 결과, 서울 여행에서 단연 1위로 손꼽히는 여행 테마는 궁궐 여행이라고 한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면 소풍을 갔던 궁궐과 박물관, 아무 의미 없이 지나다녔던 캠퍼스,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던 쇼핑 거리들, 모든 것이 그저 낯익다는 이유만으로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곳인데, 여행 테마로 다시 보니 모든 것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오랜 세월 가까이 지냈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지고 매스컴을 타게 되면, 갑자기 더 소중해지고, 괜히 더 친한 척을 하고 싶고, 아주 잘 아는 사이라고 으스대고 싶어지는 기분 같다고나 할까. 책으로 서울을 다시 보니 전에는 별 감흥 없이 바라봤던 서울 곳곳이 전에 없이 더 소중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멋져 보이고 그런다. 여행 전문가들이 짚어주는 여행 포인들을 보며 생각한다. 해외 여행을 가도 이국적이라는 '장면' 자체만 다를 뿐, 일상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어보고 물건들을 구경하고 즐기는 것은 서울 여행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도시, 세상에서 가장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었는데, 정말이지 알면 알수록 서울은 내게 더욱 낯선 곳이 되어가는 묘한 순간과 마주한다. 2012년, 꼭 서울 여행의 달인이 되어보리라!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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