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6
스티븐 존슨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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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은 '모든 것을 끌어안으며' 개인적인 것을 보편화하는 것이다(16).

 

 

 

한 사람의 음악가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말러, 그는 내게 낯선 음악가였지만 지금은 세상 그 어떤 음악가보다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고, 클래식을 가까이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첨부된 CD 2장을 들으며 음악가의 삶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그 어떤 음악 강의 시간보다 진지했고 흥미로웠다.

 

천재 지휘자로도 알려진 말러의 음악은 어려운가보다. <말러, 그 삶과 음악>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말러의 음악은 말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폭넓게 '해석'해달라고 아우성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오로지 말러 자신이 남긴 말들, 그가 겪은 일들"에서 찾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말러의 음악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말러의 삶, 즉 말러라는 독특한 개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말러만큼 음악이 개인적인 삶의 사건이나 경험과 깊이 얽혀 있는 작곡가는 드물다. 그러므로 말러의 곡을 이해하려면 그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의 출신, 그만의 기쁨과 고통, 자신의 자아를 찾게 해준 세계에 대한 그의 '해석'이 어떠한지를 먼저 이해해야 그의 음악을 들을 때 솟구치는 '왜?'라는 의문들을 비로소 해소할 수 있다." 예술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예술가의 생애를 재조명해보는 작업은 낯선 방식은 아니다. 그런데 말러의 음악은 좀 더 그의 삶에 가깝게 맞닿아 있었다.

 

말러의 음악은 맑은 색채를 풍기면서도 그의 음악세계는 종종 '염세적', '절망감', '괴기한 해학', '초연한 탐미', '고독한 만족감' 등과 같은 단어로 해석되어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러한 말러의 음악세계는 그의 삶을 이해할 때 비로소 비밀의 문이 열리듯, 말러가 음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의 의미가 풀어졌다. 예를 들면, 말러가 열네 살 때, 동생이 오래 중병을 앓다가 숨졌다. 말러는 오래도록 병상을 지키며 동생을 간호했고 동화책을 읽어주었는데, 이 체험은 나중에 말러 음악에 드러난 죽음, 특히나 어린이의 죽음에 대한 강박 관념을 설명하는 데에 자주 동원되어 왔다고 한다. "이를테면 제4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이루는 노래 '어린이가 본 천국'이나 연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에서 그랬듯이, 말러가 유년기라는 주제에 그토록 집중했던 것으로 미뤄보아 어릴 적 경험들이 자신의 음악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는 그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어린 시절의 동생의 죽음 이후에 아마도 말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그의 사랑과 결혼이 아닌가 한다. 결혼은 말러에게 완전히 새로운 창작 시대를 열어주었다고 한다. "말러는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하고 한 번 그러기로 마음먹으면 폭발적으로 사랑을 쏟아 붓는 유형의 남자였다. 개성과 경험을 원료로 삼는 예술가로서 그러한 성정이 그의 음악에 끼친 영향 또한 지대했다." 문제는 그를 사로잡은 아내 '알마'가 예술가의 아내 노릇을 지겨워했다는 데 있다. 그녀는 작곡을 위해 오두막에 틀어박혀 지내는 남편을 위해 조수나 보모 노릇을 하는 게 고작인 생활을 점점 더 지루해 했으며, 스스로를 날개 잘린 새가 된 것만 같다고 표현한다. 이런 그녀가 천재 음악가 말러에게 운명의 타격을 가하게 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책으로 확인을 하기 바란다.

 

부드러운 색채와 화음, 격렬한 현악 트릴과 맹렬한 피치카토가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와 인정사정없는 폭풍의 조화. 황홀한 명상적 악구를 격렬한 정서적 분출, 사소한 한 줄기 선율, 아니면 조롱과도 같은 과격한 음향이 갑자기 가로막는다는 말러의 음악, 그것은 '뜬금없음'과 함께 '탁월한 혁신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곡가 말러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은 그가 자신을 극화했다는 것, 염치없을 만큼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고뇌와 환희에 치중하여 '보편성'을 놓폈는데 그 보편성이야말로 위대한 예술 작품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말러는 이렇게 답했단다. "교향곡은 세계와 같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합니다." 저자는 말러의 답을 이렇게 해석한다. "모든 것을 포용한다 함은 선과 악, 고귀한 것고 비천한 것, 고상한 것과 시시한 것을 가리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것도 자신만의 개성적인 프리즘을 통해서." 그리고 "말러의 음악에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그토록 끊임없이 매료되는 것이 바로 이 여지없이 개인적인 흔적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술가의 삶은 그 자체가 바로 작품을 빚어내는 하나의 용광로, 치열한 작업실인지도 모르겠다. '잔인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폭군 지휘자였다는 말러, 그의 이름을 제대로 듣고 알게 된 것이 고작 이 책이 처음이요, 전부이지만 그는 이미 내게 이 세상 그 어떤 작곡가보다 친숙하게 다가와 있다. 저자는 "음악을 한 곡 이해해나간다는 것은 모험이다"라고 정의한다. <말러, 그 삶과 음악>은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중 한 권인데, 이 책은 그 모험적인 여행길의 길목에 서 있는 "굉장히 훌륭한" 안내 표지판이라 말하고 싶다. 이야기와 음악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선율이 이야기가 되는 신비한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시리즈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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