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좋은글대사전
이민홍 지음 / 북씽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생각여행이다.
책을 많지 읽지 않는 사람도 좋은 글이 주는 위안은 알고 있다. 한 문장의 글이 신음하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기도 하고, 생기 없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길을 잃고 방황할 때 길이 되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새로운 깨달음이 뒤통수를 강타하는 것같은 충격을 주기도 하고, 냉냉한 가슴에 뜨거운 눈물이 솟게 만들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좋은 글은 우리 삶에 에너지이자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명사들에게 '나를 키워준 한 문장'을 듣기도 하고, 책을 소개받기도 하고, 명언이나 명문장을 따로 메모하여 반복적으로 가슴에 새기기도 한다. <좋은글 대사전>에서 한때 나의 마음을 적셔주었던 시를 다시 만나 무척 반가웠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던 만해 한용운 님의 시이다. 밤새 외우고 또 외우며 나도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노래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갖고 싶다 꿈꾸기도 했다.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波紋)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는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요즘은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췌하여 메일링 서비스를 해주는 곳도 있고, 좋은글을 모은 잡지책이 발간되기도 한다. 많은 블로거들이 감동받은 좋은 글을 게시하기도 하고, 또 직접 글을 쓰는 블로거들도 많다. 그러니 찾자고 마음만 먹으면 검색 하나로도 얼마든지 좋은 글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야말로 좋은 글 홍수 속에 산다. 문제는 좋은 글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오히려 그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모순. 이러한 때, 신뢰할 만한 '좋은 글 사전' 하나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힘이라 생각한다. 씽크북에서 나온 <좋은글 대사전>의 가장 큰 차별성은 좋은 글을 '사전' 형식으로 구성한 것을 꼽고 싶다. 좋은 글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고, 키워드로 좋은 글을 찾아볼 수 있도록 뒤에 색인(Index)까지 첨부되어 있다. 사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특히 강의를 한다든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듯하다. 대체로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글량은 명언보다 조금 더 긴 생각의 시간을 준다.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글보다 조금은 낯선 글들이 수록된 것도 읽는 재미를 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좋은 글'이라고 발췌된 부분이다. (간혹) '좋은 글'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글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나를 이끌어주는 글, 언제든 꺼내보며 다시 나를 세울 수 있는 글, 가슴에 그런 한 문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좋은글 대사전>에 수록된 글들은 문장력보다는 글이 주는 메시지에 더 무게 중심이 있는 글이라 생각된다. 책의 뒷표지에 보면, "인생은 생각여행이다. 좋은 글과 좋은 생각으로 마음의 크기와 생각을 넓혀라"라는 말이 적혀 있다. 보이고 들리는 것이 많아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자꾸 적어지는 요즘이다. <좋은글 대사전>에 실린 글을 하나씩 읽으며 좋은 글을 읽으며 생각을 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현명함을 키워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