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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년과 붉은거인
카티프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면 외롭지 않니?"
"외로움이 뭐지?"
"혼자 있으면 쓸쓸해져서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야."
"그렇구나... 나는 늘 혼자 있어서 잘 모르겠어."
"나는... 외로워..."
"마을에서 사람들과 같이 사는데 왜 외롭니?"
"나는 친구가 없어... 아이들이 나를 괴롭히거든..."
"어째서?"
"다리가 하나 없으니까..."
"다리가 하나 부족한게 죄가 되니?"
"모르겠어..."
외로운 날엔 보지 마세요! 잊고 있던 외로움마저 고개를 쳐들고 달려들지 모릅니다. 항상 곁에 있던 사람과 이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그때도 읽지 마세요! 겨우 진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슬픔의 물살에 휩쓸려 갈지 모릅니다. 투박한 선 몇 개로 그려진 웹툰이라고 방심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후두둑 눈물이 떨어질지도 모르니까요.
숲이 우거진 마을에 태어났을 때부터 다리 한 쪽이 없는 녹색소년이 살았습니다. 작은 텃밭과 텃밭보다 더 작은 집에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다리 한 쪽이 없는 소년을 괴롭히기만 할 뿐,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외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 살고 있는 붉은거인을 만났습니다. 덩치랑 안 어울리게 정말 겁이 많은 붉은거인은 숲에서 꽃밭을 가꾸며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사람들과 모여 살지만 친구가 하나도 없어 외로운 녹색소년과 늘 혼자여서 외로움을 모르는 붉은거인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첫 친구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가 였고, 몰래 우정을 키워가는 비밀스러운 친구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세상을 가르쳐주었고, 그렇게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녹색소년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갈등이 있었습니다.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녹색소년과 인간을 정말 무서워 하는 붉은거인,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앗아가는 것은 (늘 그렇듯) '인간'입니다. 인간의 욕심이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맙니다. 약하고 순박한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우악스러운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의 우정은 인간의 욕심보다 훨씬 힘이 셌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살아서 그렇지, 그들의 우정은 아름다운 꽃처럼 세상을 향기로 가득 채우고, 밤하늘의 별처럼 어두운 세상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 이제 네가 없으니까 외로워.
너는 내게 외루움이 뭔지 가르쳐줬어."
"내가 없으면 외롭니?"
"응... 예전엔 혼자가 익숙했는데
어느샌가 둘이 있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어."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은 "100만 네티즌을 울린 2011년 최고의 감동 웹툰"이라고 합니다. 많은 네티즌이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을 합니다. 나도 속으로 울음을 삼켰습니다. 따라 그려보고 싶을 만큼 단순하고 대충 그린 낙서처럼 투박한 선으로 그려졌지만, 정교한 그림보다 더 생생한 표현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많은 것이 생략된 선으로 이렇게 깊은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단순함'의 효과일까요. 외로움, 정겨움, 잔인함, 따스함, 슬픔 등이 강력한 직구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혔습니다. 내용만 휙 훑어본다면 잘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꼭 선 하나 하나를 눈여겨 보세요. 투박한 선이 다정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오늘은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니",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니?"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은 우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 위로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 듯합니다.
<녹색소년과 붉은거인>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이렇게 악착을 떨며 살고 있나?' '그런 악착이 우리를 외롭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겁 많은 붉은거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사과를 가지고 있으면 행복해." 나도 그렇게 살려합니다.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