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지금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는가?"(39)
(이 책의 가르침대로 한다면) 이 한 줄의 질문으로 당신의 지적생활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격변', '급변'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 "20여 년간 이론 학계의 격찬을 받은 자기계발의 고전"이라는 문구가 흥미롭다. 그것도 사회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자기계발' 분야의 고전이라니!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지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도 흥미를 자극했지만, 스스로 품게 된 의문 즉 "자기계발 분야에서도 고전이라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일본인다운' 기질이 엿보인다. 일본인 출판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자기계발서와 같은 경우  "~하는 100가지 법칙", "~하는 70가지 방법" 등과 같이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정리한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 방식으로 쓰여진 책은 아니지만 <지적생활의 발견>도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쉽게 그려낼 수 있을 만큼 목차가 일목요연하다. 저자는 지적정직(知的正直, Intellectual Honesty)이라는 영어 표현을 소개하며 "진리에 충실한 마음"을 설명하는데, 경험에서 우러한 진솔한 교훈을 충실하게 풀어놓은 <지적생활의 발견> 안에 바로 그처럼 '진리에 충실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지적생활에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지적생활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구체적인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서재는 창문 없는 방이 좋다거나, 지적생활을 위해서는 독신으로 사는 것이 괜찮다거나, 지적(두뇌)활동을 위해서는 맥주보다 와인이 좋다는 등 언뜻 보기에 "참 별 것 아닌 것"까지 챙기는 꼼꼼함이 있다. 그 시시콜콜함 때문에 무엇인가 철학적인 사상이나 학문적 체계, 깊이 있는 이론을 찾는 독자에게는 다소 싱거울 수도 있겠다.

<지적생활의 발견>에서 길어올린 가장 신선한 가르침은 "반복읽기가 독서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한 번 본 영화도 두 번 챙겨 보는 일이 없는 나에게는 한 번 읽은 책을 두 번 정독하는 일이 시간 낭비로 느껴졌었다. 시험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다 읽은 책을 뒤적이는 일이 있어도 같은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 습관 따위는 없었다. 성경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러나 <지적생활의 발견>은 책을 되풀이하여 읽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는가?(39) 저자는 "나만의 고전을 만들라"고 조언하는데, '나만의 고전'은 반복하여 읽을 때 만들어진다. 즉, 반복하여 읽을 책을 만나고 그 책을 반복하여 읽을 때 나만의 고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진정한 재미를 느낄 때 독서는 비로소 진정한 취미가 될 수 있다"(37).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책이 곧 나를 말해주는 것이다. 즉, 나만의 고전을 만드는 것은 곧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40). 이 책을 읽고 당장 나의 책장부터 다시 정리를 했다. 가장 넓은 칸을 차지하고 있던 소설을 모두 치우고 빈 공간을 확보했다.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 즉 "나만의 고전"으로 책장을 채우고 싶은 조바심으로 마음이 울렁거렸기 때문이다.

"정보 수집의 불필요성"에 대한 조언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목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오려내는 일을 말리며, 단순히 책 내용을 요약하는 정리노트도 만들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런 작업을 하면 쓸데없이 시간만 많이 잡아먹게 되기 때문이다. 칼 히티나 로저 키싱 같은 도서의 대가들은 신문을 읽는 시간마저도 아까워했다고 하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책꽂이에 책이 쌓일 때마다, 정리노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제때 그걸 하지 못하는 게으름에 대한 자책이 마음을 꽤 무겁게 내리눌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아이의 공부방보다 부모의 서재가 먼저"라거나, 자신만의 지적공간(서재)을 갖는 것이 삶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 것도 큰 수확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한 시인의 말을 인용하여 지적생활의 고독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그 시대에 살게 되는 것이지만, 고독한 시간을 가질 때는 모든 시대에 사는 것입니다"(204). 지적생활,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매력적인 삶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지난한 "과정" 속에 있으며, 그 지난한 과정 자체가 바로 지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욕심내는 삶이지만 그 참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계, 환상이나 허영 따위는 통하지 않는 참 정직한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쉽게 읽힌다. 재밌게 읽으면서, 지적인 만족, 책을 읽으며 보내는 삶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좋았다. 이 책은 지적생활에 대한 '자극제'는 아니어서, 지적생활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나 호기심을 가진 독자에게 더 의미있게 다가갈 듯하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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