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기술 - 심리학이 알려주는 소통의 지도
대니얼 J. 시겔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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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은 뇌를 써서 마음을 만들어간다"(393).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지만, 우리 마음은 상처를 입으면 마음의 문부터 닫아건다. 빗장을 채워 소통의 길을 봉쇄한다. 상처 따위 다시 받지 않겠다는 결의가 마음을 한껏 움츠리는 것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안전한 선택일지는 모르나, 행복의 길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음을 여는 기술>의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진 상태로 태어난다"(37). 아이가 생존하려면 엄마(양육자)와 연결되어야 하듯이, "생기를 느끼고 웰빙을 누리려면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혼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게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큰소리 치며 아무리 고집 부려도 소용없다. 쓰리더라도 소통하지 않는 마음으로는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인간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가 인간을 하나의 물질로 보는 견해라면,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정신(마음)을 빼놓고는 인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마음을 여는 기술>은 (쉽게 말해) 그 둘의 통합한 심리학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발작으로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등학교 학생에게 그런 분노 발작이 유발되는 뇌의 기능을 설명하고, 그러한 의식(마음의 작동)을 의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통합적인 이해를 통해 분노 발작이라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다스리는 방식이다.

<마음을 여는 기술>은 '마음, 뇌, 관계'라는 요소가 우리의 웰빙을 결정한는 삼각형이라고 설명한다. "마음이 잘 작동할 때, 즉 뇌가 통합된 전체로 기능할 때 인간관계는 발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속속들이 연결해주는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데, <마음을 여는 기술>은 그러한 신호 주고받기에 관여하는 뇌의 기능을 이해하고, 그것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마음을 성찰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진 상태로 태어나는 인간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는데, <마음을 여는 기술>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12). 이것은 성숙한 반응을 통한 성숙한 관계를 지향하는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단순히 생각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각을 지각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러한 생각이 그저 마음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활동일 뿐임을 깨닫고 그것에 점령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마음의 반사작용에 그냥 반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풍요로움을 수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생각에 휩쓸려가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서 그것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진정으로 이해하고 더 깊은 공감의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마음을 여는 기술>은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세 가지 마음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뇌는 자신을 통찰하게 해주는 '나의 지도'와 다른 사람을 통찰할 수 있게 해주는 '당신의 지도'를 만든다. 또한 우리가 맺는 관계의 표상인 '우리의 지도'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지도들이 없다면 우리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지각할 수 없다"(33). 중앙 전전두피질의 아홉 가지 기능(웰빙에 꼭 필요한 요소) - 신체를 조절하고, 다른 사람과 조율하고, 감정의 균형을 잡고, 유연하게 반응하고, 두려움을 진정시키고, 공감, 통찰, 도덕의식, 직관을 만들어내는 기술 - 을 범주로 한 '성찰'(개방성, 관찰, 객관성)을 훈련하여 (세 가지) 마음의 지도를 읽어내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며, 저자가 제시하는 치료 방법이기도 하다. 

<마음을 여는 기술>은 '뇌의 기능'을 출발선으로 삼은 임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독특한 심리학이다. 추천사를 쓴 대니얼 골먼이 말한 것처럼, <마음을 여는 기술>은 "뇌가 사회적 장기임을 상기시켜준다." (이해한 대로 비유를 하자면,) 실연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실연 당했을 때 나타나는 뇌의 기능과 신체적 반응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겪는 감정(고통)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가 생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개방적으로 관찰하고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성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여는 기술> 1부는 "기본적인 개념들을 설명하고, 뇌과학의 개요를 소개하며, 마음과 성신 건강에 대한 실용적인 정의를 제공하는" 이론적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마인드사이트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와 건강한 마음을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지만 지루하지 않고 대중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측면을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책을 읽으며 내 자신 안에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의 표현대로 하자면 "마음의 확장"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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