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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질투가 났다.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를 작정하자고 하면 꼭 들어가는 항목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그러나 가봐야 할 곳은 많고, 인생은 짧고, 돈은 없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르는 것! 본격적인 휴가철이 지나고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여행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다녀온 여행 이야기보다 다음 계획을 먼저 이야기한다. 다음 나의 목표는 바로 로마를 경유한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을 보며 혼자 외쳤다. "바로 이곳이다"라고.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은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소도시' 여행이라고 해서 소박한 정겨움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문명과 자연의 하모니가 연출하는 최고의 화음"(120)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소도시 맞아?' 그렇다, 잊고 있었다. 이곳이 한때 화려한 역사의 중심, 문명의 중심, 인류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의 촬영지(40),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했다는 아말피 해안(77), 괴테가 이곳을 빼놓고는 이탈리아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시칠리아(109), 이 모두를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에서 만났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동화 같은 풍경에 눈앞에 펼쳐지고, 고대의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신전의 계곡, 고대 그리스의 원형 극장, 세계적인 문화유산,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눈부신 자연 앞에, 진심으로 '이탈리아'에 질투를 느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도시를 구석구석 여행하는 '특권'을 누리며 이렇게 예쁜 글과 사진을 담아 책자를 만들어낸 저자에게도! 남부의 바닷가, 가장 오래된 약국, 시장, 노천 레스토랑, 중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 바로크풍 건물, 광장, 대성당까지 의미가 없는 곳이 없고, 설레이지 않는 곳이 없고,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에 서면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인도에 깔린 오래된 돌들까지 하나의 의미가 된다.
모든 곳에 시선이 머물렀지만, 유난히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그들의 주거지였다. 첫 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은 그야말로 동화 속 세상이었는데, '트롤로'라고 불리는 이 지역 특유의 주거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독특한 원추형 모양의 돌집들이 동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데, 사실은 그 안에 서글픈 서민의 삶이 녹아 있다. "옛날에는 주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 너무나 과했기 때문에, 가난했던 이곳 주민들은 단속 관리가 나올 때면 얼른 집을 부수기 위해 이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을 이용해 트롤로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14). 시선을 끄는 또다른 주거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마테라의 동굴 거주지, 사시(Sassi)이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에수가 십자가를 지고 힘겹게 올라가던 돌계단이 바로 그곳이라는데, 폐허 같은 협곡을 따라 바위 위에 일군 경이로운 삶의 터전이 장관이다. 저자는 이곳에 가면 "고대의 시간 속으로 갑자기 툭 떨어진 듯한 착각"(39)이 든단다. 그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은 시인의 언어라고 해도 될 만큼 감각적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이 일상에 찌들인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뭍어버린 꿈을 다시 꿈틀거리게 한다. 이 책이 나의 무엇을 건드렸는지, "바로 여기였어!" 하는 확신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최우선 순위로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바로 이곳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