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사전 - 신비로운 바람의 섬, 오름에서 한라까지!
김우선.오희삼.이종진 지음 / 터치아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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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메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 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없어요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
 
 

"며칠 제주도에 다녀올께요"라는 쪽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남겨두고, 훌쩍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상상을 해봅니다. 왜 이렇게 도망치듯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말그대로 '훌쩍' 떠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훌쩍' 떠나기 안성맞춤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훌쩍' 떠나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가보기 전보다, 다녀온 후에 더 제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섬입니다. 다녀왔다는 만족함보다 다시 가고 싶다는 갈증이 더 깊어지는 곳입니다. 전에는 예사로 듣던 "제주도의 푸른밤"이라는 노랫말이 한 글자 한 글자 가슴에 와서 콕콕 박힙니다. 누군가 손 내밀며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별 아래"라고 노래한다면, 당장이라도 그 손 잡고 따라나설 것만 같습니다.

터치아트에서 펴낸 <제주여행사전>은 시인(김우선), 제주도에서 난 이(오희삼), 제주도로 옮겨 앉은 이(이종진)가 함께 쓴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여행 가이드북과 다르게 제주도가 얼마나 '특별한' 섬인지 그 참 매력을 정갈하게 보여줍니다. 아마도 제주도에 홀딱 반한 지인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제주도는 여행지로도 최고이지만, 우리가 아끼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기도 합니다. 제주는 오름의 왕국인데(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소화산체를 뜻하는 제주어), 단일지역에 분포하는 오름의 수로는 세계 최대라고 합니다. 또 제주는 "자연환경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유네스코 지정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진정 세계인이 보존해야 할 보배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알수록 자랑스럽고, 느낄수록 신비로운 섬입니다!

시인 김우선님은 "제주로 가는 길은 딱 두 가지, 바닷길과 하늘길이다. (...) 한꺼번에 홀라당 반하려면 비행기를 타는게 좋고, 천천히 의심하고 생각하면서 보다 깊게 반하려면 가장 느리게 가는 배를 타면 된다"고 합니다. 다음엔 배를 타고 가보야겠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또 제주도는 "세 번 반해야 제대로 보인다"고 합니다. 첫 여행에서는 제주의 바다와 하늘에 반하고, 두 번째 찾을 때는 한라산과 오름, 제주의 땅과 풍물에 반하고, 세 번째 찾을 때는 한라산 소주며, 제주막걸리, 자리물회와 멜조림이 좋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제주여행사전>은 제목 그대로 사전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마별로 '걷기 여행', '드라이브 여행', '레포츠 섬 해수욕장', '맛있는 제주', '머물고 싶은 숙소'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테마별로 간략한 정보를 담은 심플한 구성이 저는 오히려 마음에 듭니다. 찾아보고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제주도를 자주 가지 못해 한 번에 진액만 뽑아내고 싶은 분들은 다른 여행 고수들이 선정한 '베스트'를 참고하여 스케줄을 짜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천천히 제주도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주여행사전>을 펼쳐 놓고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르고 있자니, 그냥 이 책 하나 들고 훌쩍 제주도로 떠나버리고 싶습니다. 계획, 준비, 스케줄, 모두 뒤로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가까이 제주도를 느끼고 싶고, 그렇게 천천히 제주도를 알아가고 싶습니다. 후다닥 소비하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오래두고 깊이 사귀고 싶은 제주도입니다.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없어요"라는 말이 왜이리 위안이 되는지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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