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바보화가 몽우 글(文)과 붓(筆)으로 이중섭을 훔치다!

 
함석헌 선생님의 '이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제목을 빌어 이렇게 묻고 싶어집니다.
"일생에 걸쳐 마음에 품고 존경할 만한 사람을 가졌습니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이 한 사람을 생각하면 힘이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났습니까?"
"훔치고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좋기만 한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작가 김영진, '꿈친구'라는 뜻에서 몽우(夢友)라고 불리는 이 화가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자는 "이중섭만 보면 미친다"고 고백합니다. "이중섭의 그림만 보면 심장이 뛴다"고 합니다. "기분이 매우 좋아져서 울컥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끝내는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합니다. 이중섭의 소 그림을 처음 보고, 그 타는 듯한 붉은색에 빠져, 뇌리에 박힌 타는 듯한 붉은색을 찾아 곤로에 불을 켜고, 책상에 불을 지르고, 종이를 태우고, 장판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답니다. 저자 몽우의 삶은 천재화가 이중섭의 삶만큼이나 외롭고 고단하기만 합니다.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할 정도로 몸이 쇠약했고, 백혈병과 간질 증세, 정신 이상의 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그의 인생에서 화가 이중섭은 그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에게 이중섭은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요, 가야 할 길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이요, 모든 것을 불사르고라도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 그 자체입니다.

<이중섭을 훔치다>는 이중섭에 미친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천재화가 이중섭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몹시 희미한 기억이지만, 어릴 적 이중섭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소를 그리는 화가였고, 특이하게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던 '기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중섭은 단기간 안에 국민화가가 된 최초의 화가라고 합니다. 저자는 그 이유가 그의 작품보다 이중섭의 사연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슈 때문이었다고 진단합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고, 밥을 굶고, '담배갑(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고, 단명을 한 '광기'어린 그의 사연에만 관심을 가졌던 독자들에게, 저자는 <이중섭을 훔치다>를 통해 이중섭을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중섭, 그는 알면 알수록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중섭을 '더 알고' 싶고, 그의 모든 것을 '훔쳐내고 싶은' 저자의 애정이 이중섭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 넓게 해주고, 그 깊이를 더 해주고 있습니다. <이중섭을 훔치다>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한글로 '중섭'이라는 서명을 남긴 뜻, 또 어떤 작품에는 왜 '둥섭'이라는 서명을 남겼는지, 그 이유를 처음 알았습니다. '은지화'와 '군동화', '엽서화' 속에 담긴 사랑. 그것은 뜨거운 조국애와 가족애였습니다.  민화와 분청사기에 보이는 조각기법과 미술양식을 반영한 작품, 거친 붓터치에서 보이는 고구려 벽화와 서예에 대한 깊은 조예, 소 그림에 나타난 과학성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거장'인지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중섭, 그는 알면 알수록 가슴에 품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가 소를 그린 이유, 봉황이 아니라 닭을 그린 이유가 나를 울립니다. 밀린 방세를 내지 못할 때는 미안한 마음에 손님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동네 아이들을 목욕시키기도 할 만큼 순수하고, 순박했던 사람. 일하지 않고 밥 먹는 것이 죄스러워 종종 음식을 거절할 만큼 성실했던 사람. 북에서 외면받고 남에서 오해받고 상업적으로 이용당했던 불운한 사람. 아무리 고단한 삶이어도 그리움과 희망을 그림으로 그려냈던 하늘이 내린 화가. <이중섭을 훔치다>를 통해 이중섭을 만나는 시간들이 가슴 절이면서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화가는 왜 꼭 죽은 뒤에 유명해지는 것일까요? 현실의 벽에 갇힌 천재화가는 삶과 사투를 벌이다 외롭고 쓸쓸하게 숨을 거두었는데, 그의 작품은 이제 부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이중섭, 그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알면 알수록 이중섭, 그의 작품을 더욱 바로 알아야겠다, 더욱 사랑해야겠다는 반성이 찾아듭니다. 이중섭, 그는 우리의 자부심입니다! <이중섭을 훔치다>는 제게 가슴에 품고 싶은 사람 하나를 찾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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