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여자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그래서 그곳에 가면 새로운 힘과 열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그런 장소들에 대한 기록이다"(6). 

 
평소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뭐 이런 식의 구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도 '총'학생회가 있는데 '여'학생회가 따로 있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고(없애자는 의견에 한 표 던지기도 했다), '여류'라는 표현도 미묘하게 섞여드는 차별적인 느낌이 있어 탐탁치 않다. 그런데 <여라자면 꼭 가봐야 할 곳 100곳>이라는 제목에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이 어디일까? 궁금하지 아니한가!

여행 관련해서 어제 굉장히 불쾌한 뉴스를 접했다. 로마에서 나홀로 여행자를 상대로 민박집 주인이 수년간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물론, 여기서 '나홀로 여행자'는 여성이다. 피해 여성은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는데, 똑같은 수법으로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용기 있는 제보로 '수년간' 계속 되어왔을지도 모를 성추행을 이제라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고, 다른 여행자들에게 '알려' 주의를 당부하는 그 여성의 마음이 고맙다.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이 바로 이런 마음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칼럼니스트로서 10년 간의 기록을 책으로 만들어낸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그런데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맨해튼의 도심이든 몽고의 초원이든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여성들이었다"(5). 그러니까 이 책에서 소개되는 '100곳'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여성'들과 공유하고 싶은 여행의 기록이며, 뜨거운 열정이다.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은 '그 여행지'를 특별히 '여성'에게 추천하는 '이유'를 밝힌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현지에 대한 여행 정보보다 그곳을 여행하는 '의미'를 담아내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폭발하는 삶의 에너지를 느끼고 발산할 수 있는 곳, 란제리 쇼핑 등 황홀한 사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곳,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곳, 파도타기, 계곡타기 등에 도전하며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곳,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가봐야 할 곳 등 총 9가지 테마로 100곳을 추천해주고 있다. 9가지 카테고리 중 <여자라면>이라는 주제와 잘 부합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느낌으로 와닿았던 곳은 위대한 여성의 삶의 유산을 탐색해볼 수 있는 "6. 역사를 빛낸 당신, 그대 이름은 여자입니다"였다.

<여라자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을 통해 받은 가장 큰 자극을 꼭 가봐야 할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삶을 즐기는 '호기로운' 기질이다. (이미 가본 곳이 있다 하더라도) 이곳에 소개된 여행지를 1년에 1곳씩 가도 100년이다. 이 책은 '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은 어디일까?라는 물음으로 읽을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온몸과 마음으로 삶을 누리고, 맛보고, 느끼고, 만끽하고, 도전하고, 정화하고, 교감하라는 부름이다! '전형적'인 여성들의 수다같은, 그 '전형적'인 틀 안에 갇힌 내용이 조금 아쉽다. 그러나 이 호방한 여행가처럼 좀 더 씩씩하게, 그리고 거칠게(!) 삶(여행)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묻어둔 꿈을 자극하며, 일상에 소모되기만 하는 에너지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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