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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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하하하>라는 제목을 보고 있자니,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폭우로 인한 최악의 산사태 현장이 겹쳐진다. 비 피해는 늘 있어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산사태 피해 상황이 많이 보고 되고 있다. 물폭탄으로 초토화된 강남을 비롯해서 폭우가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진 것은 '뒷산' 때문이었다. 평소에 그저 볼품없는 그저 그런 산이라고 생각했던 뒷산, 우리는 뒷산을 그렇게 얕잡아 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제서야 사람들은 무분별한 개발 탓이라며 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일을 교훈으로 멀쩡한 산을 허물고 까뭉개는 일이 그쳐지겠지 하는 믿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뒷산이 하하하>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숨겨진 뒷산을 찾아떠나는 '탐방 보고서' 같은 책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뒷산의 가치를 재발견해주는 여행기일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첫 장부터 상당히 철학적이고, 주관적인 사색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저자가 '뒷산'에 주목하게 된 까닭이 가장 신선하게 와닿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앞만 보고 사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뒷산'의 존재를 일깨워주었다. "우리들 사는 곳은 어디서나 크고 작은 산이 보인다. 이 땅 대부분의 삶터에선 산이 보인다. 앞산이다"(6). 앞으로만 치달으며 눈앞에 보이는 앞산만 보지 말고, 앞만 보던 눈을 돌려 '뒷산'도 보자는 것이다. 눈앞에 있으면서도 가지 않아 '먼' 산은 앞산과 달리, 뒷산은 가까이에 있다고. <뒷산이 하하하>는 그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는 뒷산으로 독자를 초대하며 함께 보물찾기를 하자는 권유이다. 

<뒷산이 하하하>에는 뒷산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흔한 풍경, 낯선 풍경, 뒷산이 품고 있는 이야기, 놀이, 우리도 모르게 뒷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뒷산을 품고 살며 저절로 모아진 이야기가 아니라, 작정하고 달려든 뒷산 이야기라 그런가, 글이 깊이 우러나는 맛보다 무겁게 누르는 듯 다가온다. 뒷산이 주는 소박하고 털털한 인상과는 달리 뒷산을 보는 시선에 날이 서 있다. 뒷산의 생태를 분석하고 약수터를 집중 해부하고 뒷산을 범하는 인간의 욕망을 고발한다. 뒷산의 사회학이라고 해야 할까. 건강한 뒷산의 신선한 공기를 기대하며 편안한 산책길에 오르려 했는데, 끊임없는 뒷산 공부에 좀 피곤해졌다고나 할까. 가까이 다가가려 한 뒷산이 무거워졌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뒷산과 약수터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약수터 뒷산에는 다니는 사람들이 많으니 얼굴을 알리고 인사하기 좋다"(80). 이제 정치인들은 뒷산을 더욱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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