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2
푸지에 해설,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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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줄 알지만 끝까지 도전할 수밖에 없다"(91).

 
오래 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핫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도발적인 제목이었다.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니라, 정치의 도덕이었고 남성을 위한 도덕이었고 어른의 도덕이었고 기득권자를 위한 도덕이었다고 혹평했다. 공자는 이 유교 이데올로기를 대표한다고 했다. 저자는 골수에까지 사뭇쳐 있는 그 유교 이데올로기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역설했다. 공자로 대표되는 유교문화의 망령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십 년도 지나지 않아 그 책은 우리의 관심에서 지워졌지만, <논어>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공자는 죽지 않았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대한민국의 지도층 인사들이 공자와 유교에 애착을 느낀다고 비꼬았다. 유교 이데올로기는 수직윤리를 가진 지배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란다. 이유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지도층 인사들이 공자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맞는가 보다. 삼성가에서 3대째 전수되어 내려오는 단 한 권의 책이 <논어>라는 뉴스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다시 <논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읽는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인지, <논어>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저자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고, 공자로 대표되는 유교 이데올로기가 폐해를 가져온 것도 사실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공자가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날 것 그대로의 그의 가르침'이 가진 지혜와 성찰 때문이리라. 유교가 종교라면 그 경전은 <논어>이다,라고 할만큼 <논어>의 가르침은 여전히 권좌를 지키고 있다. 시대마다 그 사상과 가르침이 재해석되고, 적용되어지고 있는 것은 그의 가르침이 시대를 관통하고, 문화를 뛰어넘는 교훈과 성찰을 담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알기 쉽게 풀어쓴 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는 전통적인 <논어>를 "이 시대의 지식과 사상에 새로운 트렌드와 즐거움을 더해주도록" 재해석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는 중국 최초의 어록이라고 한다. <알기 쉽게 풀어쓴 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를 보니, 이것이 모두 <논어>에 나오는 명언이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운 정도로 유명한 말이 많다.
배우고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17)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마라(25)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44)
지나친 것은 오히려 모자란 것만 못하다(78)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100)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라(150)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228)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진 인생의 교훈은 이것이다.
나무가 숲에서 빼어나면 바람에 부러지고 만다(21)
남이 한 번에 하는 것을 내가 못하면 백 번 해보라(38)
안 될 줄 알지만 끝까지 도전할 수밖에 없다(91)
남에게 덕을 베풀면, 그것을 잊으라(158)
만 가지 악 중 게으름이 으뜸이다(275)
 
"공자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끝까지 시도하며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어떤 일이든 성실한 태도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는 증언이 공자를 달리 보이게 한다. 그는 점잖은 옷을 입고, 한가로이 거닐며,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말쟁이라는 이미지가 내게 있었는가 보다. <알기 쉽게 풀어쓴 명쾌한 논어 21세기에 답하다>와 만난 시간이 나름 의미는 있었지만, 글 전개 방식이 어쩐지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한마디로 "명쾌하게"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본문(해석)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한문이나 영어도 좀 불쾌했고, 여러 문헌을 넘나들며 인용되는 수준 높은 해석도 읽기 불편했다. 중국의 것(고전)을 많이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러한 해설이 보다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 줄 명언만으로도 가슴에 담아두고, 깊이 성찰하고, 삶에 담아내야 할 지혜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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