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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발견 - 내 안에 잠재된 기질.성격.재능에 관한 비밀
제롬 케이건 지음, 김병화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평점 :
"하나의 성격은 아주 가는 흑백의 실로 짜인 회색 태피스트리와 비슷하다. 태피스트리는 기질, 흑백의 실은 삶의 경험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회색의 표면뿐이고 희고 검은 실은 보이지 않는다"(33).
우리는 가끔 "한 배에서 난 형제인데도 왜 저렇게 성격이 다를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형제라면 같은 부모(양육자)를 통해 양육되고, 자라난 환경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다른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일까? 또 한 사람의 성격 형성에 있어서도 환경의 지배적인 영향을 주장하지만, 비슷한 환경 조건이라고 해서 비슷한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님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성격을 결정짓는 변수는 다양하며, 그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리라.
<성격의 발견>은 우리의 성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타고난 '기질'의 영향력을 발견해냈다. 같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주목한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자주 우는 아기,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거의 울지 않는 아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우는 아기, 움직이지 않고 울지도 않는 아기), 아이의 행동 반응이 성격에 영향에 미치고 있음을 논증한다. 각 개인은 고유한 성격적 프로파일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가장 재밌게 읽은 실험의 결과 중 하나는, 소심하고 수줍음을 타던 아이와 활발하고 대담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실험 결과, 생후 첫 3년 동안 지독하게 소심하고 수줍음을 타던 아동 10명의 그룹은 성인이 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도 확신감이 없고 조언이 필요할 때는 부모에게, 기혼자인 경우에는 배우자에게 무척 의존하며, 위험한 취미를 즐기지 않고, 어려운 도전을 받아들이기 꺼려한다고 대답했다. 이 그룹에서도 가장 겁이 많은 소년 4명은 음악 교사, 물리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를 직업으로 택했다. 이들 직업에서는 하루 동안 예상치 못하게 일어날 수 있는 스트레스의 총량이 통제가능하다. 생후 첫 3년 동안 가장 겁이 없었던 소년 3명은 불확실성이 큰 직업을 선택했다. 그들은 고교 축구팀 코치, 기업가, 지영업 엔지니어가 되었다(26-27). 타고난 기절이 직업까지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태어날 때부터 우리의 유전자에는 장차 어떤 직업을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 오로지 '기질'뿐일까? <성격의 발견>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의 성격은 아주 가는 흑백의 실로 짜인 회색 태피스트리와 비슷하다. 태피스트리는 기질, 흑백의 실은 삶의 경험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회색의 표면뿐이고 희고 검은 실은 보이지 않는다"(33). <성격의 발견>은 자녀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마치고 싶다면,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기질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기질을 이해하고 대응하면 삶의 경험을 통해 타고난 기질을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타고난 것(결정된 것)을 인정하지만 후천적으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배워왔던 심리상담 등에서는 한 사람의 인격을 결정짓고,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0-2세, 혹은 7세 이전에 '양육자'의 양육 태도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왔다. 타고난 기질도 배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무게 중심이 '양육자', 다시 말해 '환경'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격의 발견>은 그 무게 중심이 (상대적으로) 타고난 '기질'에 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질과 삶의 경험을 동시에 이야기하지만, 그동안 타고난 기질이 운명론적인 요소로 배제되어왔던 탓에 더 강조되는 이 책에서는 기질이 더 강조되는 듯한 극적 긴장감이 있다. 경험이 기질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닫아 놓지는 않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한다. '개꼬리 삼 년 묵어도 황모 되지 않는다'는 옛 속담의 원리를 인용하며 여운을 남긴다고 할까(131).
"이 책은 수많은 과학자가 몇 가지 인간 기질에 대해 알아낸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영아기의 모습, 유년기 후반에 나타나는 그 파생물, 그것의 생체적 연원, 몇 그룹의 편향이 각기 다양한 성격 유형이나 정신 질환의 징후로 만들어져가는 경험, 남녀라든가 민족 집단 사이에서 나타나는 심리학적 차이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등이 중요한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오직 한 가지 성격 유형만을 낳는 기질은 없다고 본다. 각 지질은 수많은 가능성의 무더기에서 한 가지 프로파일 조합을 개발해 내는 원천적 성향으로 간주되어야 한다"(33).
<성격의 발견>은 실험과 논증의 과정을 담은 한 편의 논문으로 읽히기 때문에 생각만큼 재밌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 학문성(전문성)이 설명을 다소 지루하게 만든다. 관심이 있는 독자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져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