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 - 기분 좋은 내추럴 생활 소품 만들기 ㅣ 행복한 손놀이
김미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바느질 좋아하세요?
이 살롱에 초대받고 싶다,
일상이 행복해지는 시간!
옆동네까지 평정하며 돌아다니는 골목 대장이었던 내가 친구들을 경악시켰던 일대 사건이 있었다. 며칠 집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나를 친구들이 찾아왔을 때, 나는 이모에게 뜨개질을 배우며 털목도리를 뜨고 있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릴 때마다 한 올 한 올 서로 얽히며 늘어나는 모양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마치 새봄에 새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모양을 보는 듯 신기하기만 했다.
학교 다닐 때도 배움의 하나로, 의무적으로 우리는 바늘과 실을 손에 잡았지만, 바느질을 배우고, 단추 달기를 배우고, 자수를 배우고, 뜨개질을 배우는 일이 나는 재밌기만 했다. 중학교 때는 수업시간 외에 절대 다른 시간에 바느질을 하지 말라는 담임선생님의 엄중한 경고가 있었는데도, 나는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책상 밑으로 몰래 바느질을 하고, 뜨개질을 하는 '간 큰 학생'이었다.
바느질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머릿속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오만 가지 생각을 잊을 수 있고, 털어버릴 수도 없고 무시할 수도 없는 문제들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쉴 수 있어 좋았다. 이런 것이 취미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처음 깨닫게 해주었던 것이 내게는 '바느질'이었다. '진학'이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바느질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지만, 바느질은 언제나 삶의 작은 로망이었다. 그러다 직장엘 다니면서 또 '사고'를 친 적도 있다. 사무실 물품을 사러간 문구점에서, 간단한 십자수로 만들 수 있는 열쇠고리와 같은 소품이 내 눈에 뜨인 것이 화근이었다. 십자수를 배워본 적도 없는데 무작정 몇 개를 사들고 와서는 서슬퍼런 선배들이 득실거리는 사무실에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너무 열중하는 모습이 신선했는지(?) 다행히 큰 야단은 안 맞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철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니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과 같은 책이 보이면 내 눈이 반짝반짝한다. 실제로 직접 만들어보지 못한다고 해도 책을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은 마 소재의 리넨, 면 소재의 광목 등의 원단을 이용해 손바느질로 생활 소품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교본 같은 책이다. 따뜻하고 편안해 보이는 원단에 예쁜 모양의 단추, 레이스, 아플리케, 바이어스테이프, 수 등으로 멋을 낸 것이 아기자기 하면서도 독특하다. 책에서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니 원단과 손바느질이 주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리넨 생활 용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리넨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생활 용품이 참 다양하기도 하다. 실용적인 것도 많지만 생활에 멋을 더하는 특별한(!) 아이템이 눈에 들어온다. 생활의 멋을 더하는 룸슈즈, 다용도 주머니, 필요에 따라 수면안대, 블랭킷, 나만의 특별한 방석, 보온물주머니커버, 다이어리커버, 북커버&책갈피, 생활의 격을 높이는 줄자 케이스, 가위집, 소잉파우치, 바네파우치, 통장지갑, 카드지갑 등 앙증맞은 작품들이 참 특별해보인다. 이 밖에도 개성과 감각을 뽐낼 수 있는 부엌 소품 아이템들, 피크닉 용품, 패션 액세서리들과 함께 패턴 도안까지 실려 있어 직접 만들기에 도전해보도록 우리를 유혹한다.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에서 직접 만들어보도록 추천하는 아이템들 대부분은 돈을 주면 간단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나만의 개성과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들었다는 '특별함'은 절대 살 수 없는 가치이다. 솜씨가 좀 있다면 특별한 선물로도 그만일 듯하다. 그러나 비록 솜씨가 좀 모자라더라도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으로 만든다면 그것이 바로 명품이 아닐까.
지난 해, 원형탈모라는 무시무시한 병(!)을 앓게 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서운 세력인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증세가 겉으로 들어나고 나니, 그제야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는 '취미'를 하나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치열하게 성취해야 할 '일'이 아닌,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엄마와 함께 원단시장부터 한 번 나가봐야겠다. 안 하던 바느질을 하겠다고 나서면 엄마가 말릴 것 같기는 하지만, 엄마와 함께하는 원단시장 데이트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즐겁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