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해안 100배 즐기기 - 2011년 최신판 ㅣ 100배 즐기기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동해, 안녕,
이젠 남해다!
친구의 첫 차를 타고 5명이 꽉 끼어앉아 왁자지껄 떠들며 학교를 가고 있을 때, 눈앞에 '강릉' 표지판이 나타났다. 수업 따위는 잊은 채 우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해로 직행했다. 작은 오해가 친구와의 사이에 깊은 골을 냈을 때, 화해하기 위해 아무말 없이 우리가 밤새 달려간 곳도 동해였다. 생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기차 여행을 계획했을 때도 내가 향한 곳은 동해였다. 결혼해서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 모처럼 일탈을 꿈꿨을 때도 우리는 동해로 가는 밤 기차에 올랐다. 휴가 때마다, 휴가가 아닐 때도, 먼저 생각나는 여행지, 쉽게 떠나는 여행지는 항상 동해였다. 왜 그랬을까?
동해의 푸른 물이 좋았고, 높은 파도 소리가 좋았고, 절경이 빼어난 설악산이 가깝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지만, 예전부터 길이 잘 닦여 있고, 그나마 여행지로 계발이 되어 있고, 익숙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전문적인 여행가가 아니면, 여행지를 고를 때 정보와 입소문에 많이 의지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해'는 이제껏 여행 정보가 좀 부족한 듯하다. 여행에 둔한 나만 몰랐을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체감 온도가 그렇다.
요즘 입소문을 타고 들려오는 '남해'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여행지로 '남해'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은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 때문이었다. 허영만 선생님의 고향이기도 한 여수의 먹거리 여행이 자꾸만 마음을 잡아 끌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내 눈에 <남해안 100배 즐기기>가 번쩍 띄는 순간, 대박를 외쳤다. 매년 따끈한 정보를 깨알같이 수록해서 내놓는 랜덤하우스의 <100 즐기기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는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남해안 100배 즐기기>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아우르는 남해안 권역의 여행 정보를 담은 안내서"인데, 특별히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을 여행자들을 위해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1년간 전문가들과 함께 박람회 개최지인 여수를 중심으로 인근 16개 시군을 잇는 여행 일정을 짜고, 음식, 숙박, 특산품 틍의 업소를 점검한 뒤 인정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밝힌다. 그러니까 "작정하고" (세계적인) 여행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남해안에서 "작정하고" 내놓은 여행 안내서인 셈이다.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매번 여행지(city)를 "100배 즐길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남해안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보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언젠가 한 선생님이 들려주신 말씀이었다. 예전에 선생님은 지나치듯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옛날에 똑똑한 사람들이 남해로 많이 귀향을 갔기 때문에, 남해에 가면 곳곳에 숨은 기품과 그윽한 문화의 향기가 배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던 건 <남해안 100배 즐기기>를 보며 남해에 이렇게 즐길 것이 많았나 싶어 깜짝 놀란 것도 있지만, <100배 즐기기>가 추천하는 여행 아이템마다 곳곳에 독특한 흥과 향과 기품이 배어나오는 자연과 문화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남해안 100배 즐기기>는 멍게비빔밥, 충무김밥, 멸치무침, 표고해물전골, 짱뚱어탕, 장어탕&삼치구이를 "바다를 입안에 담는 남해안 베스트 먹을거리"고 꼽고 있다(20-21). 다른 시리즈에 비해 월등해 보이는 추천 맛집 페이지를 보니 역시 최고의 맛과 인심으로 유명한 남해답다. 예상했던 대로 먹거리 여행도 풍성하지만, 무슨 축제가 그리 많은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번거로울 만큼 계절별로 '축제'가 없는 달(月)이 없는 것도 신선해 보인다(12-15). 흥이 있는 남해이다!
게다가 "해외여행지 같은 남해안 럭셔리 여행지"도 남해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외도 이외에는 모두 낯선 곳들인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네덜란드의 섬마을을 연상케 한다는 도장포마을, 프라하와 견주어지는 독일마을 예술촌, 초록이 깊어 검은색이 되어버렸다는 장흥 정남진 편백숲우드랜드, 골프 천국이라는 하와이에 앞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남해힐튼골프&스파리조드, 요트와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코타키나발루와 맞먹는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이국적 향취의 해동용궁사, 이 모두가 남해에 있다(22-25). 2012여수세계박람회도 박람회지만 TV촬영지, 오토캠핑장은 물론 핵심 여행지마다 맛과 멋이 넘쳐난다. 남해에 이렇게 가볼 곳이 많았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작정하고 손님 맞을 준비하는 하고 있어서 그런지 단장을 막 끝낸 새색시처럼 지역마다 단정하고 정갈한 숙소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한옥민박과 템플 스테이가 눈길을 끈다.
마음 같아서는 <남해안 100배 즐기기>가 추천해주는 테마별로 남해를 샅샅이 돌며 직접 눈도장을 찍어보고 싶다. 이 책 하나 들고, "남해로 여행 갈 사람 여기 붙어라" 외치며 친구들을 불러 모아 당장이라도 짐을 꾸려 남해로 향하는 길로 나서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