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 -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들
패트릭 헌트 지음, 김형근 옮김 / 오늘의책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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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역사가 해제되고, 잊혀진 역사가 되살아나다!

 

사무엘 존슨은 "책은 우리가 역사에서 아는 것을 모두 기록하고 있다"(7)고 말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고고학자로서 이 말에 반대한다. 땅에서 발굴되는 인공적인 유물이 문서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며, 고고학적 문헌들이 불충분하거나 존재하지 않을 때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고고학이라고 단언한다.

고고학을 통해 우리는 시간과 흙 속에 묻혀 있던 역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잃어버린 고대의 문명과 조우하게 되었다. 고고학이 없었다면 문자 없었던 시대의 역사는 수수께끼로 남았을지 모르며, 인류의 기원과 문명과 문화의 변천 과정을 크게 오해하고 있었을 것이며, '인디아나 존스'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고고학은 고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문자로 쓰인 문헌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며,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써나가고 있다.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은 그중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어떤 역사를 다시 썼는지를 추척했다. 

고대 이집트 세계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로제타스톤,
트로이의 목마가 신화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고고학의 시작을 알린 트로이,
성서의 요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님을 밝히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으로 들어가는 열쇠가 된 아시리아 도서관,
20세기 가장 대단한 고고학적 발견이라고 하는 투탕카멘의 무덤,
잉카 건축의 비밀을 푼 잉카제국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화산 폭발이라는 급작스런 재앙으로 시간이 멈춰버려 고대 로마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폼페이,
현재까지도 학자들의 격렬한 싸움터가 되고 있는 사해사본,
전설의 아틀란티스라가 아닌가 하는 화산으로 묻힌 도시 티라,
인류 기원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올두바이 협곡,
수천 명에 달하는 병마용과 함께 세계 어떤 무덤보다 많은 유물이 들어 있는 가장 거대한 무덤 진시황릉의 발견으로
봉인된 역사가 해제되고 잊혀진 역사가 어떻게 되살아 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이 10가지 발견들은 "모두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 사이에 이루어진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도 훌륭한 고고학적 발견들"(5)이다.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은 발견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당시 시대적 상황과 정치 및 철학적 경향, 현재와의 연관성, 그리고 이후 발견에 있어서 어떻게 역사의 관점 및 현장 연구를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도 들여준다. 여기는 '인디아나 존스'의 실제 모델이라는 '빙엄'(139)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탐험가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그는 4세기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숨겨진 채 남아 있었던 마추픽추를 발견해 세상에 알린 인물이다.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을 읽으니 왜 '인디아나 존스'나 '미이라'와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둘 수 있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고대 유물을 둘러싼 음모와 사기, 도굴과 탐험, 주도권과 소유권 쟁탈전, 정체세력과 종교세력의 개입, 신화 속 이야기가 실제가 되는 신비 등 '영화' 같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실제로 20세기 가장 대단한 고고학적 발견이라고 하는 '투탕카멘의 무덤'은 일본 순정만화계의 전설이라고 하는 <왕가의 문장>에 영감을 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30년 동안 연재되고 있는 <왕가의 문장>이 철저한 고증을 거친 작품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만화에 등장하는 왕가의 계곡 모습과 이 책에 실린 실제 사진이 흡사하여 깜짝 놀랐다.

그런데 고대 역사는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봉인하고, 먼 훗날 발견되기를 바랬던 것일까.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든다. 화산 폭발이라는 급작스러운 재앙은 폼페이의 시간을 멈추게 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시간이 멈춰진 채 발견된 로마의 생활상을 그 시간 그대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기원전 612년 니네베를 잿더미로 만든 화재로 니네베는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 화재는 아시리아 도서관에 있는 점토서판들을 구웠다. 그 덕분에 아시리아 도서관에 있는 점토서판들이 지금까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투탕카멘의 무덤은 살아 있을 때는 대단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왕의 무덤이었지만, 그 덕분에 도굴을 면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 가장 화려하고 많은 유물을 간직할 수 있었다. 로마로부터 소중한 두루마리 문서들을 지키기 위해 사해의 동굴에 숨긴 것이 2000년이라는 세월 동안 건조한 사막의 악조건 속에서도 잘 보존되어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은 (영화만큼의 긴장감은 아니어도) '스펙타클'한 '어드벤쳐' 영화처럼 흥미롭게 읽힌다. 봉인된 역사가 해제되며 잃어버린 과거가 되살아나는 고고학 현장에 '진지하게' 서 있는 기분이다. 역사적 사건들을 흥미위주로 담아내는 단편 에피소드들과는 달리 진지한 깊이가 있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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