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 - 최민식의 포토에세이
최민식 지음 / 하다(HadA)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50년 동안 인간의 모습을 찍어 왔다.
언제나 내 사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높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모두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中에서, 15)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민식 선생님의 포토에세이에는 '인간'이 있다. 독학으로 사진을 연구하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인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민식 선생님은 "진실만이 사진이다"(259)는 글에서 직접 자신의 사진을 이렇게 설명하신다. "내 사진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현실의 생활형태 속에, 즉 인간 생활 속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나는 늘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 속에 직접 뛰어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느끼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알리며,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어 그것을 표출하는 데 주력해왔다."<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에는 흑백사진도 있고, 컬러사진도 있고, 노인도 있고, 젊은이도 있고, 어린이도 있고, 사람도 있고, 자연도 있다. 그런데 선생님의 사진에는 "연출이 없다." 모두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이고 얼굴 표정과 삶의 모습들이다. 선생님은 이제 여든 셋의 노인이 되셨지만, 여전히 거리에서, 골목에서 쉼 없이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창작하는 데 바쁜 열정적이고, 성실한 삶을 살고 계시다.
인간은 부유해지거나 위대해질 의무는 없다. 현명해질 의무도 없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성실할 의무가 있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 中에서, 11)
평생을 길 위에서 사람을 찍으며 살아온 여든 셋의 사진작가 할아버지가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신다. 사진과 글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신 흔적이 보인다. 여든 셋 사진작가 할아버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그리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삶이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고, 인생이란 그리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고통 당하는 이웃을 돌아보게 하는 긍휼이요,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공감이요, 고단한 자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동정이다. 생의 빛나는 환희는 바로 그 속에서 발견된다. 잊혀져가는 나눔의 가치, 진실한 우정의 소중함, 소박한 삶의 행복,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는 순간,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는 경박한 계산기 따위는 치워버리게 되리라.
무엇인가를 얻기만 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그러나 씨를 뿌리는 사람은 부자이다. - 노자 -
(명언(名言)을 읽자 中에서, 71)
여든 셋 사진작가 할아버지가 다음 세대를 위해 <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라는 씨 하나를 남겨주셨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만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던 톨스토이(43)처럼, 마치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듯 깨달음의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셨다. 사랑하는 사람은 잔소리가 많다고 했던가. <사람은 무엇으로 가는가>는 사랑의 잔소리 같은 책이다. 우정, 나눔, 실천, 정직, 독서 습관, 성실, 효, 자선, 아름다움, 그것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각박한 세상살이에 밀려 자꾸 잊게 되는, 옆으로 밀어놓게 되는, 생의 진정한 가치들을 놓치지 말라는 간곡한 당부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눈에는 길거리의 휴지 조각도,
발 디딜 틈 없는 거리의 인파까지도 아름답게 보인다.
1년 365일, 사랑에 빠진 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시골의 달빛에서, 어린 아이의 눈빛에서, 바람에 떨어지는 잎사귀에서 감동받을 수 있는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풍요롭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中에서, 114)
여든 셋 사진작가 할아버지는 "우울과 불안, 영혼의 결핍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을 구원할 유일한 길은 결국 쓰레기 더미에서도 아름다움을 읽어낼 수 있는 남다른 눈, 즉 심미안에 있다"(114)고 말씀하신다. 그대, 쓰레기 더미에서도 아름다움을 읽어낼 수 있는 심미안을 가졌는가? 이 책은 "한 권의 노트, 한 통의 문자 메시지, 한 소절의 음악"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위로받고 감동받을 수 있는 묵상 노트이다. 나를 둘러싼 평범한 세계에서 읽어낸 진실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