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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작가에게 - 글쓰기 전략 77
제임스 스콧 벨 지음, 한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해리 포터> 시리즈로 전 세계를 열광시키며 단숨에 세계적인 갑부의 대열에 오른 조앤 K. 롤링, 대한민국을 김주원이라는 판타지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 째다"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던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작가까지! 우리는 한 번쯤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꼭 작가는 아닐지라도 아마 누구나 한 두 번쯤은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나도 한 때는 소설을 쓰는 전문 작가가 되기를 소원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고지는 언제나 내게 감히 오르지 못할 태산이었고, 두려움 그 자체였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 자신은 천재 음악가가 될 수 없었던 살리에르처럼, 좋은 글이 주는 울림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는 못하고 있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은 조용히 접어 둔지 오래이다. 지금은 그냥 좋은 글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겸손해졌다.
이상하게 글을 쓰면 쓸수록 오히려 수렁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만 가득하다. 스스로의 한계 안에 갇혀 버린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여전하여 <작가가 작가에게>라는 책을 펼쳐 들었다. '장정일, 김은숙' 작가의 추천이라는 문구가 눈에 번쩍 띄였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가에게>는 특별히 '소설'을 쓰고자 하는 '전문 작가 지망생'들을 1차 독자로 하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의 첫 느낌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이하게 '손자병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마치 병법서처럼 '글쓰기 전략' 77가지를 전수해주는데, 나에게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한 가지 소리는 "쓰라", "일단 쓰라", "쓰라", "계속 쓰라"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다고 하면서도, 짧은 단편 소설 하나 완성시키지 못했고, 심지어 소설의 '첫 줄'조차도 '제대로' 시도해본 적이 없다. 무엇인가 '소설을 쓰기 위한' 밑작업 같은 줄긋기만 계속 하다 포기해버린 꼴이다.
세상에는 글쓰기에 관한 많은 책이 있다. <작가가 작가에게>만 읽어봐도 세상에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작가가 작가에게>는 그 어떤 글쓰기 책보다 차별적이다. 구체적인 '글쓰기 전략'을 짚어주면서도,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형성한다. 유명 작가들에 관한 일화, 풍부한 예시,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명언(명문장)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낯선 길이지만 네이게이션의 안내를 믿고 차를 운전해가듯, 먼 길일지라도 작가의 안내를 따라가며 나도 한 번 소설 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불타오르기까지 한다.
"악인도 작가가 될 수 있다면, 미친 사람도 작가가 될 수 있고, 개코원숭이도 작가가 될 수 있으며, 슬러지나 아메바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작가로 남아 있는 것, 그것은 기나긴 여정이 될 것이다."(할런 헬리슨, 27).
아마도 <작가가 작가에게>는 작가 지망생 뿐만 아니라, 글 쓰는 훈련을 희망하는 모든 독자의 '필독서'로 자리매김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 전략이 구체적이면서도 이 자체로 하나의 문학 작품처럼 '재밌다.' 잘 몰랐던 작가의 세계에 대해서 알 수 있고, 가슴을 울리는 명문장이란 어떤 것인지 마음으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다. 꼭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글' 자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