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거짓말 - 속지 않고 당하지 않는 재테크의 원칙
홍사황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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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환상을 버리다! 

 
언제부터인가 '재테크'라는 단어는 내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재테크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지끈지끈 골치가 아프다. 재테크 열풍이 한창일 때,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진 바보가 되는 느낌에 시달렸다.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누구는 어떤 투자로 얼마의 수익을 올리고, 1년새 집이 몇 채 늘었다는 재테크 성공 신화를 접할 때마다 초조해지는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덜컥 단물 빠진 일본과 중국쪽 '펀드'에 뒤늦게 투자를 했다가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 손실이라는 쪽박만 차고 말았다. 그것도 금융 기관에서 오래 일하다 퇴직하신 믿을 만한(!) 분의 조언으로 결정했던 투자라 실패의 맛은 떠욱 썼다. 이런 저런 소문을 주워듣고 경매다 금융상품이다 주식다 부동산이다 기웃거리며 되지도 않는 공부를 해보려 하지만 앞서가는 사람들 뒤를 따라 걸으며 늘 뒷북만 치는 형국이다.

<재테크의 거짓말>은 재테크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을 건져주는 책이다! 재테크의 네 가지 거짓말을 폭로하고 있다. 금융전문가가 제손으로 금융업계의 암묵적인 비밀을 깨뜨린 셈이다. 이 책에서 폭로하는 제테크의 거짓말은 일반적으로 순진한(!) 사람들이 쉽게 속아 넘어가는 주식의 거짓말, 부동산의 거짓말, 저축의 거짓말, 금융기관의 거짓말이다. 정확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한 설명이 귀에 속속 들어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재테크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실망'을 확인시켜 준다. 한마디로 '선수들과 맞붙으면 수업료만 날리니 정신 차리라'는 일침이다.

대학교 동기 중에 주식에 손을 댔다가 큰 손해를 본 후,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한 친구가 있다. 그런데 현재 이 친구는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증권회사 투자 전문가가 되어 있다. 와신상담한 것이다. 한 번은 친구를 만나 주식 투자로 나의 푼돈을 목돈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이유는 묻지 말고 절대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뜯어 말렸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그 친구가 차마 정직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친구에 대한 한가닥 양심으로 투자를 말렸음을 알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내심 없는 개미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먹잇감, 즉 테마주, 유행주, 듭등주를 알려주어야 하는 아이돌 입장과 같다고 설명한다(37). 너무도 절망적이게도 이 책은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많은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돈 벌 수 있는 비결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38). <재테크의 거짓말>은 이런 식으로 재테크에 대한 환상을 싸그리 없애 버린다!

한참은 '금' 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금에도 눈독을 들여봤지만, 또다른 전문가가 절대 '금'을 사지 말라고 해서 안 샀다. 그런데 지금 금값이 대박이 났다. 그러한 때에 지겹게 걸려오는 '복리 이자' 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얇팍한 계산으로 덜컥 가입을 했다. 통장에 넣어두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그것이라도 하면 적어도 '복리 이자'는 챙길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3년쯤 지나 같은 금융 회사에 다니는 다른 설계사분이 '재무설계'를 도와주겠다며 찾아왔다. 그리고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복리 상품'의 취약점을 마구 늘어놓은 뒤, 자신이 추천하는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변을 늘어놓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금융 소비자들은 '잘 모르고' 금융상품을 구입하고, 불만 속에 유지하고, 후회하며 해지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266)는 저자의 진단은 바로 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재테크의 거짓말>은 달콤한 재테크의 유혹을 경고한다. 재테크도 일종의 마케팅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강추하는 재테크 방식은, 한마디로 간단하게 줄여 말하면 재테크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악착 같이 '돈을 모으라'는 것이다. 막연히 부자가 되기 위해 저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끈질지게 저축하라고 도전한다.

얼마로 몇 억을 벌었다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재테크의 거짓말>은 거짓말이라도 믿고 싶은 달콤한 환상을 여지 없이 깨뜨려 버린다. 그러나 대부 광고가 진짜 소시민을 위한 제도는 아니듯이, 깨어야 할 환상은 빨리 깨어나는 것이 여러 모로 이롭다. 저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마크 트웨인이 "은행은 비가 오면 우산을 뺏어가는 곳"이라 말했지만, 오늘날은 입고 있는 옷까지 벗겨갈 수 있다!"(298). 환상에서 깨어나야 하는 아픔(!)은 있지만, 돈에 대한 태도와 철학까지 점검해볼 수 있는 착하고 선한 책이다. 객관적인 테이터와 예리한 분석, 사례의 접목으로 설명도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재테크'는 말만 들어도 골치가 아파오지만, '재테크'의 유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독자에게 강추한다. 눈 뜨고 있어도 코 베가는 세상이니 상식으로라도 재테크의 숨은 진실을 읽어두면 여러 모로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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