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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위한 바보 - 주님의 음성에 그대로 순종한
데이빗 케이프 지음, 이상준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1년 2월
평점 :
바보란 소릴 들어도 좋소?
어느 날 갑자기 만족하며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거리로 나가라는 명령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것도 대야를 붙인 십자가와 물통과 성경책을 등에 지고, 주님이 명령하시면 어디든지 가서 낯선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라고 하신다면? 더구나 주님이 가리고 명령하시는 곳이 자신 같은 사람(백인)을 증오하는 마을이고, 생명이 위협받는 위험한 지역이라고 한다면? 그런 명령이 어느 날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아멘'으로 순종할 수 있을까?
'예수를 위한 바보'가 된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은 6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러한 '길거리 세족' 사역을 벌써 20년이 넘게 하고 있다. <종의 마음>으로 먼저 만난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 나는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그의 순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그 순종에 경의를 표하고, 그분의 사역에 박수를 보내고, 진정 영광스러운 사역으로 부르심을 받았다 감탄은 하지만, 그것이 내 일로 다가온다면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마음과 몸이 뒤로 한 발 물러설 것 같다. 누군가의 순종을 지켜보면서 뜨거운 은혜에 젖지만, 그 부르심을 내게 적용한다면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까지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라는 찬양을 당분간 부르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도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았을 때, 쉽게 응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도하고 순종하는 데 1년이 넘는 시간과 하나님과의 교제가 필요했다. 데이빗 케이프는 발을 씻기는 사역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제 자신에게 그 일을 하도록 설교했기 때문입니다"(39)라고 대답한다. 누가복음 4장 18절의 말씀을 읽다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혔고, 이 주제를 가지고 섬기던 교회에서 설교하는 중에 "주의 성령이 진정 당신에게 임하였는가?"(40)라는 도전이 주어졌다고 한다.
<예수를 위한 바보>는 예수를 위해 바보가 되기로 작정한 한 사람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께서 길에서 행하신 놀라운 일들과 기쁨이 무엇이었는지 증거한다. 폭력과 타락에 젖어 살던 사람들이 회개하는 역사가 일어나고, 놀라운 치유의 기적과 회복의 은혜가 가득하다. 가장 낮은 자에서부터 가장 높은 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발을 씻기며 섬기는 사랑을 보여주었던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은 이 일에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명예롭게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진실은 90%의 고통과 10%의 영광이다"(107-108).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이 걸어간 길은 영광스러운 길이었으나 결코 쉽지 않은 순종의 길이요, 평범함과 타협을 거부한 탁월하고 급진적인 순종이었다.
"데이빗, 나는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발을 씻었는지 몇 명의 사람들을 구원에 이르게 했는지 숫자를 세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인간적으로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네게 보여주는 것에만 순종했으면 좋겠다."(26-27)
<예수를 위한 바보>는 '하나님의 위해'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질문하게 해준다. 그리고 답한다.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성공이나 실패가 없고 오직 순종만이 있을 뿐"이라고. 우리는 하나님을 위한다는 열심으로 최고가 되려는 꿈을 꾸고,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원대한 계획을 품는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일까? 우리는 날마다 주의 뜻을 이 땅에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 위해 씨름하고 있지는 않은가? 순종, 어떻게 생각하면 가장 쉬울 것 같은데, 신앙생활을 하다보니 순종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일임을 실감한다. 어느 수도원에서 배추를 거꾸로 심으라는 명령에 그대로 순종한 '바보'가 왜 제자로 택함 받았는지, 그 예화가 주는 교훈의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좋아했고, 많이 불렀던 복음성가가 있다. "외로움도 견뎌 나가겠소. 바보란 소릴 들어도 좋소. 나를 비웃는 그 비웃음들 주의 사랑으로 받아주겠소. 이 모든 것이 힘들다는 것을 주님은 나에게 알려줬소. 주님의 사랑은 너무나 넓고 크오 그래서 나는 살아가겠소." '예수를 위한 바보'된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이 보여주신 순종이 바로 딱 이러한 삶이다. 그런데 어느 샌가 주님의 넓고 크신 사랑은 잊어버리고, 외롭다고 불평하고, 바보라 놀리는 사람들을 밟아주지 못해 분을 내고, 비웃음들을 비웃음으로 갚아주려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데이빗 케이프 목사님과 그 성도들에게 주어졌던 도전은 '오늘' 우리가 직면해야 할 도전이다. "우리는 성령 충만한 교회라고 자부해 왔었고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도우시는 능력이 넘치는 교회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러나 이 말씀에 나온 내용들이 성령께서 하나님의 아들에게 임하신 기준들이었다면 우리에게는 얼마나 더 많이 부어져야 하겠는가? 우리는 하나님의 교회로서 복음을 정말 가난한 자들에게 전하고 있는가? 우리는 진정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전파하고 죄의 노예로 영적 속박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놓임을 전파하는가? 우리는 진정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고 요구하시는 방법으로 병든 자들을 고쳐 주는가? 우리는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과 억압 받는 자들에게 소망을 주는가? 우리는 정말 예수님의 구원의 능력과 그분의 나라를 증거하며 선포하고 있는가?"(40)
<예수를 위한 바보>는 우리가 져야 할 십자가,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해 애가 타고, 그 뜻을 구하며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뜻에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예수를 위한 바보>는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번제로 올려드리기 원하는 사람들을 한 말씀 앞으로 이끈다.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요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