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의 문장 1 - 고대와 현대, 시공을 뛰어넘은 로맨스의 고전
호소카와 치에코.호소카와 후민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어떤' 순정만화도 이 밑으로 줄을 서야 한다! 


"30년 간 왕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순정 만화계의 전설"이라니 일단 읽어보고 볼 일입니다. 모든 학문마다 '역사'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어떤 학문에 정통하고자 할 때에 그 학문이 시작된 배경과 역사부터 공부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어떤 학문과 이론이든 그 '첫'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후진들이 선배들보다 젊고 기력이 좋아, 학문을 닦음에 따라 큰 인물이 될 수 있으므로 가히 두렵다"는 "후생가외"라는 말도 있지만, 후학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처음 시작한 사람 밑으로 줄을 설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순정 만화계의 전설이라는 <왕가의 문장>은 그 '첫' 시작과 같은 책입니다. 연도를 따질 수는 없지만, 그 '어떤' 순정 만화도 이 밑으로 줄을 서야 할 듯합니다. 다시 말해, 완성도와 작품 수준이 <왕가의 문장>을 뛰어넘는 순정 만화라 해도 이 전설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30년 간 왕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순정 만화계의 전설"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런 책은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별다섯을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랜덤하우스에서 이번에 발간한 <왕가의 문장>이 그 첫 번째 정식 한국어판이고, 그동안 한국의 독자들에게 읽혀져 왔던 것은 무수한 '해적판'이었다고 합니다. 순정 만화계의 전설을 '이제야' 만나게 된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해적판이 아닌 정식판으로 읽고 있는다는 떳떳함은 또다른 기쁨입니다. 나름 순정만화계를 평정하고 있다는 수많은 고수들이 <왕가의 문장>에 보내는 환호와 탄성이 귀가 아플 정도입니다. "내 인생의 책"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독자, "평생 원서를 끼고 살 줄 알았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한 독자의 한줄 평이 이 책의 인기와 매력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의문부호 하나! 작가의 프로필에 보면, 1976년부터 <프린세스>에 <왕가의 문장>을 연재. <왕가의 문장>은 현재도 연재 중! 도대체 "현재도 연재 중"이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1976년에 연재를 개시한 만화의 이야기가 2011년 3월을 지나고 있는 현재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30년이 넘게 이야기를 이끌어오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제 1권을 읽은 저에게는 30년이 넘도록 이야기가 결말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도대체 캐롤의 사랑은 누구와 이어지는 걸까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미? 아니면 3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의 왕이었던 멤피스? 그것도 아니면 제3의 인물? 궁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작가도 작가이지만, 성질 급한 저에게는 도대체 어떤 결말이 날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30년 넘게 귀 기울이고 있는 독자들도 대단해보입니다. 

 



 
 

이제 1권을 읽었지만, <왕가의 문장>은 순정 만화의 전설, 로맨스의 최고봉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재벌, 고대 이집트, 고고학, 고대의 저주, 사랑의 판타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 등 굉장히 '스펙타클' 하면서도 '블링블링' 하고 '스위트'한 '로열 러브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이미 비슷한 순정 만화를 많이 읽은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신선하고 놀랍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순정 만화가 <왕의 문장>을 보고 배웠구나" 하고 느껴질 만큼, 순정 만화의 '정석'은 물론, '선구'적인 면모도 보여집니다. '까도남', '차도남'이라는 유행어를 전혀 모를 1976년에 탄생한 '멤피스'라는 인물은 고독한 나쁜 남자의 전형입니다! '냉혈한' 멤피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같은 사랑이, 간신히 잠재워둔, 그리하여 조용히 잠자고 있던 나의 감성에 불을 지르네요!!! 나쁜 남자의 블랙홀은 언제나 치명적입니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다는 <왕가의 문장>은 아직도 연재가 계속되고 있고, 50권 이상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며, 우리나라에서는 랜덤하우스에서 현재 2권까지 출시를 하였으니, 성질 급한 독자는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병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해주고 싶습니다. 이 책은 지능적으로 독자를 '고문'하는 책입니다! 궁금해서 미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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