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책 한 권 때문에 내 생각을 바꾸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다짐을 했다면(105),
이 책을 읽지 말라!


이 책은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의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겐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었다. 나를 변화시킨 내 인생의 첫 책으로 <어린왕자>와 더불어 <갈매기의 꿈>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리처드 바크가 쓴 <기계공 시모다>라면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했던 셈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후, 책의 첫 출판년도부터 찾아보았다. 책에서 풍겨 나오는 '너무도 익숙한 분위기'가 많이 낯익었기 때문이다. 책의 띠지 문구처럼, 이 책은 딱 "또 한 권의 <연금술사>, 또 한 권의 <시크릿>"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당신의
한계가 이렇다고 주장하라.
그러면 그것은 정말로
당신의 한계가
될 것이다(124).

당신 삶의 모든 사람들,
또 모든 사건들이 거기 있는 까닭은
당신이 그것들을 그리로 끌고 왔기 때문이다(181).
 
우리는 쇠막대에다가 구리철사를 둘둘 감은 전자석 상태예요. 그리고 우리는 자성을 띠고 싶을 때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 철사 안으로 우리 내부의 전압을 불어넣기만 하면, 우리는 끌어당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끌어당길 수 있어요. 자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어요. 그건 원래 그렇고, 그 본질상 어떤 것은 끌어당기고, 또 어떤 것은 전혀 건드리지도 않으니까요(183).


<연금술사>나 <시크릿>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인데, <기계공 시모다>의 초판은 1977년이다. 그러니까 시기적으로 볼 때, 이 책은 현자와의 대화를 통해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는 '영적 구도서'의 전신이요,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우주의 신비를 폭로한 원조가 아닌가 생각된다. (단편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리처드 바크'는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의 선구자로 대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계공 시모다>는 "바람을 타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면서, 10분에 3달러씩 받고 사람들을 오래된 복엽비행기에 태워주는" 일을 하는 '리처드'가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시모다'라는 순회비행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을 쓴 '리처드 바크'가 평행이론을 떠올릴 만큼 '생텍쥐페리'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그 역시 생텍쥐페리처럼 상업비행기의 파일럿이었으며,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여우를 만나 깨달음을 얻어가는 <어린왕자>처럼 <기계공 시모다>에서도 외로운 순회비행사가 들판에서 '메시아 노릇에 질려버린 자칭 메시아'를 만나 대화하는 중에 깊은 깨달음을 얻어간다.

<기계공 시모다>가 전하는 주된 메시지는 <ILLUSIONS>이라는 이 책의 원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세상은 환상이다"(87)라는 시각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분은 쉽지만, 전체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계공 시모다>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오한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심오할 뿐만 아니라, 도전적이기도 하다.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하여 결국은 '네 멋대로 하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되는 그의 주장이 청취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던 것처럼, 다음과 같은 그의 명제는 당황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지나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황금률 해석에 있어서, 남들이 원하는 바대로 남들에게 행하라가 아니라)
"네가 진정으로 남들에게 행하고 싶은 대로 남들에게 행하라"(198).

"이 세상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또 어떤 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 뿐인 거죠"(212).

"이 세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이 세상에서 정말로 행복한,
그리고 이 세상에서 어떤 선물을 준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비범하면서도 이기적인 영혼이었고,
오로지 자신의 최고 이익을 위해 살아간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도 예외는 없습니다"(213-214).


'끌어당김의 법칙' 안에 있는 신비한 능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크릿>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 그것과 많이 닮아 있는 <기계공 시모다>와의 만남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곱씹을수록 이것은 가벼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와 삶의 방식을 깊이 성찰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성찰 없이 '끌어당기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긴다. 리처드는 시험 삼아 처음으로 파란 깃털을 의식적으로 자력에 의해 끌어당기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오늘은 깃털 하나지만, 내일은 이 세상 모두가 될 거예요!"라고 흥분하는 리처드에게 시모다는 이렇게 경고한다. "조심하도록 해요, 리처드." 그때 그의 말투가 영 잊혀지지 않는다. "안 그러면 단단히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192). 이유도 없고, 설명도 없는 경고이다.

믿음이 아니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기계공 시모다>는 삶을 향한 즐거운 모험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 세계는 "더 이상 기적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마침내 우리가 알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벌어지게 될" 어떤 기적들로 충만하다(144). 그러나 한 번 읽어서는 그 깊은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없는 책이다. 책 한 권 때문에 생각이 바뀌고,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책, "북미 최고의 영적 구도서"라는 칭송이 아깝지 않은 지혜의 샘, 그 '원조'를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단, 가볍게 읽거나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될, 신비하면서도 위험한 힘이라는 경고문을 하나 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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