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것이 한국인을 위한 영작비법이다
안영하 지음 / 어학세계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저자는 한국인이 영작문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한다. 한마디로 "영작문에 거의 노출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듣고, 말하고, 쓰고, 읽고"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문법중심의 읽기학습에 치중되어 있는 편향된 영어교육 환경" 때문에 영작문에 노출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그의 분석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다. 8-90년대에 영어를 공부한 우리 시대는 그렇게 했지만, 지금도 영어교육 환경이 이러한가?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했지만 일상적인 대화조차 자신있게 하지 못하고, 짧은 의견조차 영어로 적을 수 없는 나의 실력을 한하며,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을 하고 있었다. '달라지는 영어교육 환경'을 느끼며,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흘려보낸 나의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영어 공교육화 정책 논란이 뜨거웠고, 각종 영어 캠프에, 웬만한 유치원에서도 원어민 영어 강사가 있는 요즘도 그렇게 공부하는가 싶다.  

만일 아직도 "문법중심의 읽기학습에 치중된 편향된 영어교육 환경"에 변화가 없다면, 무엇보다 영어 실력을 검증하고 테스트하는 입시나 각종 영어 시험 방법의 문제가 크겠지만, 그것보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대의 요구를 능동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영어 교과서'와 '훈련되지 못한 영어 교사'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가르치는 방법(교육)에 대한 개선 없이, '이렇게 공부하라'는 강요만 계속되는 현실이 억지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교육 환경의 개선 없이, 준비된 교사 없이, 학생들 스스로 학습 방법을 찾아나서야 하고, 영어를 말하고, 읽고, 쓰고, 듣는 것이 온전히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지는 것은 불공정한 자본의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가 '영어교육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던 것은, 일부 가진 자들의 사교육 이야기였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그렇지 않아도 영어 못해 답답한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호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배가 1-2년만에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돌아왔다. 비결을 물으니 이 책 저자의 말대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과, '영어 일기를 꾸준히 썼다'고 대답한다. 그리하여 나도 영어 일기 쓰기에 도전을 해보려고 하는데, 첨삭을 해가며 개인 지도를 해주는 선생님도 없고, 암기하고 있는 문법을 영작에 응용할 실력도 안 되어 적절한 교재를 찾고 있던 참이다.

어떤 학습법이든지, 어떤 교재이든지, 개인에게 맞는 '궁합'이라는 것이 있는 듯하다. <바로 이것이 한국인을 위한 영작비법이다>와 나의 궁합은 일단 꽤 긍정적이다. 주어설정에 초점을 맞춘 '영작문 4대 기법'만으로도 '감'이 좀 온다. 저자가 전수해주는 '영작문 4대 기법'은 이렇다.

첫째, 우선, 잘라라!
둘째, 우리말에 해당하는 영어의 확정문형이 있는지 살펴라!
셋째, 토씨(주격조사)를 찾아라!
넷째, 역순원리를 이용하라!

영어학습의 구세대라고 할 수 있는 나에게 <바로 이것이 한국인을 위한 영작비법이다>는 익숙한 방식의 교재이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 책으로 나의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고 검증할 수는 없지만, 백지 같던 머릿속에 떠듬떠듬이라도 영어 문장이 생성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영작을 시도해볼수록 영작은 영어공부의 종합예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했으나 실력이 느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영작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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