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트 앤 더 시티 - 예술가들이 미치도록 사랑한 도시
양은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뉴욕이라는 도시와 현대미술의 매력에 흠뻑 빠진 채 11년을 보냈다"는 저자 양은희는 "여러 지역의 미술관과 전시공간에서 전시기획을 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현대미술, 미술경영, 박물관학과 전시기획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테마 여행' 책으로 분류되지만, 그녀는 취미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며, 뉴욕을 몸으로 익히고 미술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이다. 저자를 강의 현장에서 만났다면 나는 틀림없이 그녀를 졸졸 좇아다니는 열혈 팬에 되었을 듯 하다. 이론만 읊어대는 강의보다 자신의 지식을 '이야기'로 들려줄줄 아는 강의를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잘난 척하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소소한 이야기도 들려주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까닭이다. 뉴욕, 현대미술, 여행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하나로 엮어내며 깊이와 재미, 전문성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뉴욕, 아트 앤 더 시티>는 '현대 미술'이라는 독특한 테마를 가지고 떠나는 뉴욕 여행을 위한 책으로 꾸며져 있지만, '뉴욕의 문화'를 현대예술을 이해하는 한 코드로 볼 수 있다면 학부 수준의 교양도서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흔하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도시와 역사와 예술이 만나 빚어낸 '문화' 이야기가 촘촘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해, 도시의 발전과 미술의 역사적 흐름이 '문화'라는 더 큰 틀 안에서 엮어지며 뉴욕에 자리한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찾아준다. "이 책은 '뉴욕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뉴욕이라는 도시가 길러낸 현대미술(그 난해하다는)과, 그것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뻗어나간 뉴욕의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12).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지만 소비하는 입장에서 그것은 엄청난 사치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예술가들이 미치도록 사랑한 도시'라는 소제목을 보니, 뉴욕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는 금융과 무역의 도시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새삼 절묘하고 오묘하게 느껴진다. 아수라 백작 같은 뉴욕의 두 얼굴은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조화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과 미술이라고 하면, 뉴욕에 가볼만한 미술관이 꽤 많다는 정도의 정보밖에 없었던 나에게 <뉴욕, 아트 앤 더 시티>가 가르쳐준 가장 신선했던 충격은 뉴욕이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이 불과 몇십 년 전이라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1940년대 후반부터라고 한다. "그럼 그 전에는? 1945년 이전의 뉴욕은 서양 미술 전체를 놓고 볼 때 변두리에 불과했다. 당시 모든 예술가는 파리로 향했다"(41).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이래 20세기 전반까지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를 제치고, 뉴욕이 미술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것은 유렵에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부터였다. "1942년부터 1970년에 이르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다. 1950년대 말에는 실험 영화, 화랑가의 지원이 활발한 뉴욕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뉴욕으로 오기 시작했다"(42). 한국의 백남준 선생이 일본, 독일을 거쳐 정착한 곳도 뉴욕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뉴욕이 세계적인 미술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회적 요인 말고도, '보헤미안 문화'를 꼽는다. "보헤미안적 전통이 전후 미국 미술가들에게 큰 자양분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전쟁을 피해 유럽에서 건너온 예술가들이 합세하면서 뉴욕의 보헤미안 문화는 장차 세계적인 현대미술을 만들어 낼 비옥한 문화로 변모했다"(44). 특히, "평화는 예술의 자양분이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해석이 마음에 남는다.

<뉴욕, 아트 앤 더 시티>는 안방에서 영화를 즐기듯이, "거실 소파에 누워 상상의 뉴욕 여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이다. 11년을 뉴욕에 몸담았던 뉴요커답게 뉴욕이라는 도시의 매력과 뉴욕 여행의 백미를 '눈으로', '이야기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뉴욕의 '보는 즐거움'은 이렇게 건물에서 시작된다. 이 건물들은 1백여 년이 넘은 고가함과 최신 양식을 모두 담고 있다. 한마디로, 뉴욕에서 건축의 변화는 곧 미술의 변화와 연결된다"라든지, "뉴욕에 간다면 튼튼한 신발과 선글라스를 꼭 챙길 것을 권한다. 맨해튼은 걸어 다니기에 좋은 도시니까"라는 조언에, "관광을 한다면 가장 먼저 그리니치빌리지에서 시작하라"는 충고에, "뉴욕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보려면 첼시로 가야 한다. 첼시를 둘러보려면 족히 하루가 걸리니, 편한 신발은 필수다"라는 세심한 안내까지 뉴욕 여행을 꿈꾸며 꼭 챙겨두고 싶은 깨알같은 정보가 가득하다.

<뉴욕, 아트 앤 더 시티>를 읽으며 누가 우리나라의 서울을 이렇게 소개하는 외국인이 있다면 상이라도 주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들 정도로 '뉴욕'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대단하다. 뉴욕, 꼭 한 번 가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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