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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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수준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이해하는 연구!

 
이 책은 사회 과학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 과학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크나큰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물리학의 방법으로 사회 과학을 연구할 수 있다면, 사회 과학의 혁명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물리학에서나 나타나는 정도의 수학적 규칙성을 인간 세상에서도 찾아내려는 진지한 시도들"(8)과 그 낙관적인 가능성을 알리고 있다. 

"겉보기에 복잡한 사회 현상이 실은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될 수 있으며, 사람들은 물리 법칙에 버금가는 법칙들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들이 어떻게 이러한 법칙들에 휘둘리는지 살펴보면 복잡한 사회 속에서 단순한 패턴이 드러난다. 이 책은 이러한 생각에 대한 탐구이고, 인간을 다루는 과학의 심대한 변화에 대한 책이다"(8).

인간 사회를 '설명'하기 원하는 사회 과학자들의 궁극적인 꿈은, 인간 사회에 작동하는 '법칙'을 발견해내는 일이라 생각한다. 만일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에 작동하는 '법칙'을 발견해낸다면, 아인슈타인이나 뉴턴에 버금가는 '대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과학계의 기존의 사고 방식에 따르면, 사회가 복잡한 것은 인간이 복잡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경험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과학을 통해서는 인간 세상을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정밀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사회적 원자>는 이 오래되고 견고한 믿음에 도전한다. "인간 세계에 적용되는 엄밀한 '법칙'을 찾는 일은 아직 멀었는지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인간 세상에서도 법칙에 가까운 규칙성들을 발견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며 말이다.

"우리가 자연의 나머지 부분에서 하듯이 인간 세계에서 패턴을 찾는 법을 배우고, 그것들을 인간들의 평범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이루어진 결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면,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사회 과학자들은 물리학이 몇 세기 동안 하고 있는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집단 수준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이해하는 연구이다"(60).

<사회적 원자>는 사람이 원자나 분자처럼 단순한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하고, 그 법칙에서 나오는 결과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원자가 서로 얽혀서 유행과 사회 계급, 대중 운동, 협력과 인간의 언어를 포함한 심오한 사회 현상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이러한 연구가 가능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컴퓨터'의 도움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사회 실험으로 가장 근본적인 사회 현상을 탐사하는 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원자>의 키워드는 '자기조직화'와 (집단 행동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중심 아이디어는 갑작스러운 민족주의의 폭발, 산아 제한과 여성 교육 사이의 이상한 관계, 지속되는 인종 분리, 그밖의 수많은 중요한 사건들이나 평범하고 흥미로운 사회 현상들(금융 시장, 정치, 패션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려면 사람이 아니라 패턴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20). 인간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각자 자기 뜻대로 행동할 수 있는데도 그 행동의 총합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원자가 행동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통해 집합적인 조직과 그 변화의 법칙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적 원자>는 집단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이해하고 연구함으로써, 경험적 지식으로는 자연과학처럼 정교한 '법칙'을 알아낼 수 없다는 사회 과학의 회의론을 극복해내고 있다. 사회학 특장으로 처음 <복잡계> 이론을 수강하고, 첫 시간에 2002 월드컵 때 뜨거운 응원 열기를 보여주었던 '붉은 악마' 현상을 예로 하여 '창발'에 관한 개념을 배웠을 때까지만 해도, 복잡한 사회 현상 속에 의외로 심플한 '패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사회 과학적으로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진 발견일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잡계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이 분야의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복잡계 네트워크'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사단법인'이 되었다고 들었다. <사회적 원자>는 차분하고 체계적인 설명으로 사회 물리학의 기본 전제와 학문적 체계를 비교적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따르게 되는 '집단적인 행동 패턴'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전공자가 아니어도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사회 과학도라면 그 학문적 전제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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