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부이치치의 허그(HUG) - 한계를 껴안다
닉 부이치치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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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약함을 사랑하며,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다!


허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허그의 위력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쌍둥이로 태어난 한 아기가 병약해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가엾게도 그 아기의 생명은 꺼져가는 중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간호사 한 분이 다른 쌍둥이 아기를 인큐베이터 안에 넣어주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한 아기의 팔이 아픈 아이를 허그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고, 그러자 잠시 후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던 아기의 심장이 다시 뛰어 건강해졌다는 놀라운 이야기였다. 한 아기의 허그가 죽어가던 생명을 살린 것이다. 내게 <닉 부이치치의 허그>는 마치 그 아기의 허그처럼, 꺼져가던 열정의 불꽃을 다시 일으켜주었고, 생명력을 잃어가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해주었다. <닉 부이치치의 허그>로 인해 다시 살아야겠다는 삶의 열정으로 내 심장이 뛰었다.

그의 동영상이 꽤 유명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닉 부이치치'를 알고 있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팔, 다리가 없는 '외계인' 같은 모습이지만, 열정과 환희로 빛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면 모두 나처럼 동작을 멈추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쓰러진 채 안간힘을 쓰며 팔, 다리 없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면 모도 나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리라 짐작된다. 그런 닉 부이치치를 다시 책으로 만났을 때, 처음에 나는 그에게 없는 팔, 다리가 나에게 있음을 감사했다. 그러나 점점 그에게는 있으나 내게는 없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삶의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닉 부이치치가 아니라 바로 나였던 것이다.

현재 사업가이기도 하면서 세계적인 강사로 주목 받고 있는 닉 부이치치는 수영을 하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드럼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서핑을 즐기며, 컴퓨터로 세계인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자신있게 외친다.

한 쪽 팔이나 한 쪽 다리도 아닌, 양팔, 양다리 모두 없이 태어난 사람이 어떻게 이처럼 행복하고, 활기차고,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닉 부이치치는 "장애를 신체적 한계에서 축복을 가져다주는 통로로 인식하면서부터 내 삶은 극적이리만치 긍정적으로 변했다"(231)고 고백한다. 물론, 그도, 또 신실한 믿음의 가정을 이루었던 그의 가족들도 "짐스럽기만 한 장애가 축복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17). 그 또한 한 없이 절망했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그는 낙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너 번 소망을 놓아버렸던 때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8살 이후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랬던 그가 지금처럼 극적인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을 신앙하는 믿음 안에서 그의 존재 목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닉 부이치치의 허그>를 읽으면, 그의 인생은 하나님의 작품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발견한 인생의 목적은 비록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장애가 어쩌면 세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희망이었다. 하나님은 때로 우리의 연약함을 통해서 당신의 권능을 보여주신다. 우리는 약하지만 그분은 강하시는 사실을 붙들 때, 놀라운 대반전의 역사가 펼쳐지는 것이다. 닉 부이치치는 온 몸으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참담한 사건이라도 선한 일을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155)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닉 부이치치의 허그>를 읽기 전에는 장점으로 사는 인생이 지혜롭다 생각했다. 그래서 은사에만 주목하고, 남보다 내가 더 가진 것이 무엇인가만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닉 부이치치의 허그>를 읽으면서, 나의 약점이, 나의 부족함이, 나의 고통의 경험이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증거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지금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나의 연약함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는 중이다. 나의 연약함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명과 삶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온 마음과 온 마음과 온 영혼으로 지치고, 낙심하고, 상처난 우리의 영혼을 안아주는 닉 부이치치는 이렇게 속삭인다. "누구에게나 세상에 보탬이 될 만한 구석이 있는 법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어떠한 약함이라도 하나님의 권능에 붙들리기만 하면, 하나님의 뜻 아래 있기만 하다면, 선한 일을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닉 부이치치가 주는 감동이 바로 이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주는 위로는 그와 같은 사람도 저렇게 기쁘게 살아가는데, '정상적'으로 태어난 우리는 그보다 훨씬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값싼 위안이 아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무한 긍정의 힘도 아니다. 그가 온 몸과 온 삶을 통틀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을 섬기지 않는 한, 진정한 성취감을 맛보기란 불가능함을 기억하라"(60). 그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남보다 더 잘 살아보겠다고, 남보다 더 가져보겠다고, 남보다 더 누려보겠다고, 서로 상처를 내고, 헐뜯고, 짓밟으며 사는 우리가 들어야 할 메시지는, 삶의 진정한 행복과 성취는 바로 '남을 섬기는 삶'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의 행복한 미소의 근원은 장애를 극복하고 홀로 설 수 있다는 사실에 있지 않고, 한계를 껴안고 세상을 위로하는 그의 진심어리고 따뜻한 '허그'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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