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리처드 포스터 지음, 정성묵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너와 함께 있다. 나와 함께하겠느냐?"
이 역학이야말로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중에 핵심이다(72).
 

 
리처드 포스터는 이 책에서 재밌는 통계 하나를 소개한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성경 소비자'는 평균 9권의 성경책을 갖고 있으며,앞으로 더 구입하길 원한다는 것이다(18). 이 통계를 보고, '너무 소중하고 신령한 책이라 사서 집에 모셔놓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났다. 예배 시에는 스크린을 통해 성경구절을 보여주고, 또 요즘은 휴대폰에 성경을 내장하여 휴대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 올 때 성경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 교인들도 많다. 성경이 너무 '흔하다' 보니 귀한 것을 모르고, 들려지는 말씀이 많다 보니 골라 듣는 재미가 있고, 결과적으로 성경 말씀에 대한 사모함이 그만큼 덜해지는 듯하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개독교'라고 욕을 먹는 기독교인들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과연 몇 명이나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을까? 날마다 성경으로 영적 훈련을 하고 있을까? 반대로, 기독교인들을 '개독교'라고 욕하는 세상 사람들 중에 과연 몇 명이나 그리스도인이 어떤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좌절하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예수님을 닮기 위해 전진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같은 인성을 타고 났지만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이 어떤 영적 훈련 중에 있는지 알고 있을까?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복음 역시 지금까지 2000년이나 시도되었지만 여러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실패한 것이 분명하지 않는가"라는 반박에 이렇게 답을 했다. "기독교는 시도된 적도 부족함이 드러난 적도 없습니다"라고. 세상은 한 번도 기독교를 시도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세상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마저 물질주의, 시장주의에 물들어가며 점점 더 기독교를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각심도 생긴다. 물론 경각심을 느끼며 이런 말을 하는 나도 그리 떳떳한 형편은 아니다. 리처드 포스터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에서 "시장 중심의 관념 중 최악은 성경이 우리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93)라고 꼬집는다. 오늘날 같은 소비주의 세상에서는 성경을 자기 계발 도구로 전락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은 먼저 다음과 같은 물음 앞으로 우리를 불러 세운다. "우리가 성경을 통제할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성경 속의 삶이 우리 삶과 우리 세상으로 흘러나오도록 우리 자신을 열 것인가? / 우리가 성경을 이리저리 '뒤집을' 것인가? 아니면 성경이 우리를 자기 뜻대로 '뒤집도록' 허용할 것인가? / 성경 속의 삶으로 그냥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우리 맘대로 그 삶을 통제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내용만 선택적으로 수용할 것인가? / 성경을 통해 그리스도로부터 흘러나오는 생수를 믿고 그 생수에 우리 자신을 열어, 나아가 세상이 그 생수를 받아들여 변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인가?"(22)

<기도>라는 책으로 유명하며 영성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리처드 포스터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으로 초대하는 '임마누엘 원칙'을 소개한다. '임마누엘 원칙'은 성경을 통해 영성을 훈련하는 성경 읽기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성경의 핵심은 예수님의 삶을 정점으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곧 임마누엘 삶이 이 땅에서 현실로 펼쳐지는 과정"(23)이라고 말한다.

'임마누엘 원칙'이라는 성경 읽기의 원칙을 전하며, 리처드 포스터는 그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로 예로부터 내려오는 독특한 성경 읽기 관행인 '렉티오 디비나'((lectio divina, 영적인 읽기)를 소개한다. 그것은 성경의 텍스트에 귀를 기울인다, 몸을 맡긴다, 묵상한다, 기도한다, 적용한다, 순종한다는 뜻이다(30). 성경 읽기의 고전적인 형태인 렉티오 디비나는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렉티오(경청하는 태도로 읽는 것)와 메디타티오('들은' 것을 묵상하는 것), 오라티오(들은 것에 대한 반응으로 기도하는 것), 콘템플라티오(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는 것)다.

이 책을 통해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하려면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님과 관계를 맺어야 그 명령을 이행할 능력이 생긴다. 하나님뿐 아니라 남들과 관계를 맺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52).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실천하는 삶을 개인적인 차원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관계성'의 연속성 안에 있다는 것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기 원하는 성도라면 혼자가 아니라, 더 적극적인 관계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은 곧 공동체의 삶이라는 교훈으로 이어진다. 리처드 포스터는 공동체적으로 성경을 읽어야 할 필요에 대해 역설하며,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예부터 크리스천은 하나님의 증인들과 함께, 즉 "성도의교제" 속에서 성경을 읽어왔다(153).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안에 담겨진 메시지는 지극히 원론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신앙생활을 오래하고 신앙서적을 꽤 독파한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전반적으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에서 전하는 그의 교훈은 지극히 기초적인 가르침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크리스턴 영성 훈련에 있어서 근간을 이루고 있어야 할 기초적인 토대인데, 현대 크리스천들이 간과하기 쉽다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책을 새롭게 읽어야 할 이유이다.

또 하나, 대가들은 같은 말도 특별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사실 메시지를 곱씹어 보면 뻔한 교훈이다. 그러나 대가의 말 속에는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힘이 있고, 삶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역시 영성 훈련의 대가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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