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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별자리 이야기
지호진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본래 아이들 책을 좋아하지만, 진선아이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별자리 이야기>처럼 재밌게 읽으며, 또 공부가 많이 된 책도 드물 것입니다. 분명 학교 다닐 때, 별자리에 대해 배웠을 텐데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별자리에 대한 지식은 계절을 따라 자리를 이동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직접 찾을 수 있는 별자리는 북극성과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고작 3개 뿐입니다. 그것이 봄의 별자리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물론, 다른 계절에도 찾아볼 수 있는 별자리입니다).
'별자리'는 별을 쉽게 찾도록 별에게 지어준 이름입니다(16). 그런데 별자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 그 모양이 다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양을 상상해서 붙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18). 그래서 별자리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북두칠성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여러 별과 함께 소와 누워 있는 사람으로 상상했고, 중국에서는 황제의 마차라고 생각했고, 점성술이 발달한 아라비아에서는 관을 메고 가는 여자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27). 또 로마시대에는 북두칠성을 시력검사표로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북두칠성 옆에 '알코르'라는 작은 별이 있는데, 이 별은 눈이 좋은 사람만 볼 수 있어서.... 옛날 시대에 병사들을 뽑을 때, 알코르가 보이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시력 검사를 했답니다(28). 별자리로 시력검사를 했다는 사실이 참 재밌습니다!
10월에 태어난 저의 별자리는 천칭자리인데, 천칭자리의 저울은 단순히 무게를 다는 저울이 아니라 선과 악을 구분하는 정의의 저울이라는 것(117), 또 황소자리에 얽힌 '에우로페' 공주의 이름을 따서 '유럽'의 이름이 생겨났다는 것(249), 수성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고, 지구가 태양을 한 번 도는 데 365일이 걸리는 데 비해 수성은 88일밖에 걸리지 않아서 수성을 날쌘돌이 헤르메스의 영어 이름을 따서 '머큐리'라고 한다는 것, 초저녁에 가장 먼저 떠오르고 새벽 마지막까지 빛나는 별이 금성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초저녁 금성을 개밥바라기, 새벽 금성을 샛별이라고 부른다는 것(272) 등 별자리에 담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별자리를 공부하니 상식까지 풍부해집니다! <별자리 이야기>를 읽고 나니 삶이 풍성해지는 기분입니다.
<별자리 이야기>에는 이처럼 재밌는 별자리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계절별로 관찰할 수 있는 별자리는 무엇이며, 그것을 찾는 방법에서부터, 별자리에 담긴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 별자리에 관한 자연과학적 지식까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별들의 색깔이 조금씩 다른 건 별들의 표면 온도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48), 등급은 그런 별들의 밝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인데, 베가는 별의 등급을 정하는 기분이 되는 별이고, 이 별을 표준별로 다른 별들의 등급을 매길 수 있다는 것(86)도 모두 이 책을 읽으며 배운 지식입니다. 교과서로 배울 때는 그렇게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별자리' 공부가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는 것을 알고 나니, 새삼 학습 방법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낼 수도 있고, 흥미를 잃고 무관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어른으로서 어떤 책임감도 느낍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별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그를 알아본 한 사람에 의해 더 큰 무대로 진출한 박찬호 선수라든지, 좋은 스승을 만나 미래가 바뀐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공부하라, 노력하라 다그치기 보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깊이 연구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옛부터 별자리를 보고 미래를 예견할 만큼, 별은 인간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별자리는 신화이자, 과학이며, 우리의 꿈입니다. 미래를 이어갈 세대가 반드시 품어야 할 신세계(新世界)이기도 합니다. 진선아이에서 나누어주는 '3D 별자리 도감' 샘플 책자와 '3D 입체 안경', '포스터'를 먼저 만나보았기에 <별자리 이야기>와 함께 온 '입체로 보는 3D 별자리 도감'은 아직 포장을 뜯지 않았습니다. 읽고 나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살짝 욕심이 생기네요! 포스터를 침대 맡에 붙여두고 3D 안경을 쓰고 별자리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별자리는 여전히 동경의 세계이며, 꿈의 세계로 남아 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가 별로 없고, 공해 때문에 별자리 감상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별을 헤아리는 마음만은 잊지 않고 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