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님의 일꾼 - 오스왈드 챔버스의 ㅣ 오스왈드 챔버스 시리즈 16
오스왈드 챔버스 지음, 황 스데반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학자가 되기를 꿈꾸었던 학부 동기가 있다. 당연하게 대학원 진학을 앞둔 4학년 겨울 방학 때였다. 교회에서 겨울 부흥성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그가 신학생인 것을 알고 있는 청년 하나가 친구를 데려와 친구가 귀신에 들렸다며 기도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 처음 맞닥뜨린 동기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열심을 다해 기도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런 능력도 나타나지 않았다. 동기는 큰 충격에 빠져 들었고, 모든 학업을 중단하고 대학원 진학도 보류한 채 개인 기도실을 찾았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어떤 자각이 생겨났다고 했다. 그 동기도 그렇고, 그의 고백을 들었던 나도 처음으로 '목회의 현실'이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오랫 동안 신앙생활을 했고, 교회에서 봉사도 했고, 4년 동안 신학을 공부했고, 실천신학도 배웠지만, 목회의 실제가 그렇게 생생하게 자각된 것은 아마도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신학을 배우는 내내 늘 현장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현장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이상하게 4년 동안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돌아보니 그동안 우리가 꿈꾸었던 '목회'는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하나의 이상향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오스왈드 챔버스의 <하나님의 일꾼>은 실천신학보다 더 실제적인 현장의 가르침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생생한 목회 현장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보냄 받은 현장에서 하나님의 일꾼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 영혼 한 영혼을 대하는 '놀랍도록'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것은 신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목회 현장에서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이다. 그에게 하나님의 일꾼이란 한마디로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부름받은 사람이다. 하나님의 일꾼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의술과는 달리, 하나의 고정되고 일관된 원칙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어떤 원칙이 없다는 것은 의학적인 지식처럼 암기나 노력으로 터득할 수 있는 고정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일꾼에게 적용될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이것이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이것을 '하나님의 일꾼이 기억할 세 가지 요소'로 정리한다. "첫째, 하나님의 일꾼은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하고 다른 영혼을 대할 때, 매 순간 성령을 의지해야 한다. 둘째, 하나님의 일꾼은 이론 가운데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 속에서 살아야 한다. 사람들이 어떠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직접 그들이 어떠한지 발견하라. (...) 셋째, 당신이 아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이 오랜 성경책을 샅샅이 연구하라. 성경 사전을 사용하거나 시편을 필사하면서, 성경의 전문자가 되기 위해 모든 실질적인 방법을 총동원하라"(16). 하나님의 일꾼은 이론 가운데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마음에 부딪힌다. 신학 이론은 넘쳐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은 희미해지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하나님의 일꾼은 상대방이 어떤 부류의 사람이든 어떤 상태에 놓인 사람이든, 그를 예수 그리스도께 연결시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32)고 말한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이것을 "비정상적인 영혼을 대할 때, 거듭나지 않은 도덕적인 영혼을 대할 때, 타락한 영혼을 대할 때, 이중인격의 영혼을 대할 때, 병든 영혼을 대할 때, 어리석은 영혼을 대할 때"로 나누어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해준다. 특히 '거듭나지 않은 도덕적인 영혼'에 대한 그의 통찰이 매섭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가르침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 계발', '자아 실현' 안에 숨겨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마음에 경종을 울린다. 거듭나지 않은 도덕적인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죄를 무시하라.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 자아실현을 하라"고 가르친다. 자아 계발이라고 하면 우리는 열심히 살려는 순수한 노력으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그것이 목적이 될 때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하나님의 명령을 외면하고 주님께 불순종하고 있는지 모른다. 자기 계발보다 앞서야 할 것은 순종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여섯 가지 영혼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지만, 그 안에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성령을 의지하는 것, 다른 말로 성령의 음성에 순종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를 위해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께 우리가 성령을 의지함으로써 성령께서 우리의 중보기도의 수고를 통해(이것이 핵심이다.) 살아계신 전능하신 그리스도를 친히 소개하시기를 기도한다"(94).
<하나님의 일꾼>은 영혼을 치유하는 방법 외에도 하나님의 일꾼의 정체성, 즉 '영혼을 향한 열정을 가진 일꾼', '하나님께 인정받는 일꾼', '거룩한 일꾼'이라는 세 가지 범주를 통해 하나님의 일꾼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하나님의 일꾼이 가진 '영혼을 향한 열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밤낮으로 우리의 마음과 머리와 몸의 모든 에너지를 한가지로 집중시켜 소모시키는, 태우고 달구는 살아 있는 열정이다"(114).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하나님의 일꾼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영혼 구원을 위해 일하는가? 왜 다른 사람을 위해 물질을 소비하고 우리 자신도 기꺼이 소비되기를 원하는가?"(143-144) 나는 이 물음 앞에 한참을 멈춰서 있어야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물질을 소비하고, 그 자신도 소비되는 것이 하나님의 일꾼이라는 증거라면, 나는 감히 "나도 하나님의 일꾼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내 물질을 소비하고 나를 소비하려 하기보다, 전문 사역자로 살며 물질을 벌고 나를 계발하려는 욕구를 가진 내가 과연 하나님의 일꾼이라 할 수 있을까?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따끔하고 실제적인 가르침은 언제나 나의 사역 태도와 자세를 돌아보게 하고, 지향하는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다른 사람을 위해 물질을 얼마나 소비하는가, 나도 소비되고 있는가', 이 두 가지 물음을 사역의 지침으로 삼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