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전거여행 - 산길.들길.바다.오름. 두 바퀴로 만나는 제주 풍경화!
김병훈 지음 / 터치아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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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전거로 즐기는 제주도 일주!

 
늘 당연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하게 살아가는 어느 순간, 문득 발걸음이 멈춰지는 때가 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순간이 있다. 묵은 땅을 갈아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잠못드는 밤이 있다. '이렇게 살다 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초조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난 항상 여행을 생각한다. 당연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가장 근사한 쉼표를 찍어줄, 최선의 선택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질식할 것 같은 시간의 초침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깊고 여유로운 심호흡을 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마음이 지금 꽂혀 있는 곳이 바로 제주도이다. 이국적 향취가 나면서도 정겨운 우리 땅이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아름다운 풍경과 소중한 민속문화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 난생 처음 제주도를 찾으며, 제주도 땅에 도착하자 마자, 해안도로 찍고, 중도 찍고, 서귀포로 향해 외돌개에서 쇠소깍 찍고, 섭지코지 찍고, 성산일출봉 찍고, 한라산 찍고, 어생승악오름 찍고, 도깨비도로를 찍으며, 3박 4일 동안 극기훈련하듯 열심히 돌아다녔다. 다시 못올 것처럼 조급한 마음으로 돌아다녔는데도 미리 조사해간 명소들을 다 둘러보지 못했다. 여유를 즐기러 떠난 여행이었지만, 전국에 '길' 열풍을 몰고 온 제주도 '올레길' 덕분에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세계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이 때에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었다. 그렇게 '훑어보기'에 급급했던 여행은 오히려 제주도에 대한 갈증만 더하게 만들었고, '어쩔 수 없는 여행 초보자'라는 딱지만 하나 붙이고 온 셈이 되고 말았다.

제주도를 다시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제안하는 서적들을 들추고 있는 중이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올레길' 걷기이다. 처음 올레길을 내며 제주도 걷기 여행을 제안했을 때, 전문가들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비싼 비행기 요금을 내고 제주도까지 와서 과연 힘든 걷기 여행을 즐길 사람이 있을 것인가, 회의적이었다고. 그런데 이번엔 자전거 여행을 제안한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땀, 주변을 체검할 수 있는 느린 속도, 안장에서 내리면 최악의 험로까지 갈 수 있는 공간 확대의 대자유까지, 제주도만의 풍경을 정녕 알고 싶다면 자전거가 명답이다"(11).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 여행의 취미를 가지고 시간의 자유까지 허락된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여행이 없을 듯하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푸르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시선을 잡아 끈다. 제주도의 시원한 바람이 마음까지 파고든다. 해안도로, 들판, 숲, 산길, 오름, 섬을 테마로 총 36개의 코스가 소개되고 있는데,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장관이다. 자동차로 달리며 감상하기에는 아쉽고, 걸으며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조급하다면, 때로는 달리고 때로는 멈춰서서 감상하기 좋은 자전거가 명답일 수 있겠다.

<제주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와 자전거를 타고 즐길 수 있는 그 코스만의 매력을 잘 정리해주고 있다. 자전거 가져가는 방법에서부터 기본적인 자전거 정비까지 꼼꼼하게 챙겨주고 있어, 이 책 한 권이면 제주도 자건거 여행을 하는데 다른 도움이 필요 없을 듯 하다. 인천에서 제주항까지 운항하는 배편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13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몇 년 전, 단동을 여행할 때 편도로 17시간이 걸리는 배편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꼭 자전거 여행이 아니라도 제주도를 갈 때 인천에서 출발하는 배를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걷기와 자전거 여행은 닮은 듯, 다르게 다가온다. 반드시 홀로가는 여행이 아니라 해도 어쩐지 둘 다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그러나 걷는 여행이 구도자의 여행, 즉 답을 얻기 위한 여행이라면, 자전거 여행은 비우기 위한 여행으로 내게 다가온다. 페달에 집중하며 생각을 비우고, 땀을 흘리며 번민을 비우고, 바람을 느끼며 욕심을 비우는 여행. 아무래도 직접 달려보지 않고 상상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감성이 앞서 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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